•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2018.05.03. 잘 먹고 다닌다.

    잘 먹어야 잘 산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잘 먹는 것이 1위, 잘 자는 것이 2위고 그밖의 것은 3위에 불과하다. 오늘은 야모리 식당에 갔다. 전주 객사 쪽(요새는 객리단길이라고들 많이 부른다더만)에 있는 와쇼쿠 집인 야모리 식당은 내가 정기적으로 들르는 곳이다. 전주에서 뭘 먹어야 하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내가 답해주는 목록 속에는 마살라, 야모리 식당, 그리고 백수의 찬, 이렇게 세 곳은 반드시 포함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 주관적인 호감의 정도다. 물론 오늘뿐 아니라 평소에도 잘 먹고 산다. 이런 것도 먹었고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날에는 사실은 평양냉면을 먹고 싶었지만 함흥도 이북인 건 맞으니까 함흥냉면집엘 갔다. 전주 영화의 거리 쪽에 있는 ‘원조 함흥냉면’ 집은 특히 함께 주는 뜨뜻한 육수가 맛있다. 그리고 벼르고 별렀던 메밀방앗간에도…

  •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2018.04.28. 봄의 한복판

    올해 안에 전쟁이 끝난다. 한반도에 더는 전쟁은 없다. 아직도 이게 긴가민가, 실감이 잘 안 난다. 뭔가 한 시대가 또 새롭게 열리는구나. 그렇구나. 평양 옥류관 냉면이나 한 그릇 먹고 싶다. 류경호텔에도 가보고 싶고, 위화도에도 가보고 싶다. 이제는 정말 그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불가능이 아니다, 명백한 가능성! 날은 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겉옷을 걸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은 내가 가진 겉옷 중 가장 얇은 것을 입고 나갔는데도 조금 더웠다. 참햇볕정책 인정합니다. 오늘은 중앙시장 쪽으로 나가봤다. 중앙상가를 위에서 보는 것은 물론 이번이 처음이다. 생긴 게 좀 신기하게 돼 있는데, 저 구조를 잘 모르겠다. 바로 맞은편 방송통신대 주변엔 이팝꽃이 아주 흐드러지게 피었던데, 며칠 내로 팔복동 이팝나무길에도 가봐야 하겠다. 그…

  •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2018.04.18. 석양과 전주 종합경기장

    드론을 쓰면서 제일 좋은 점은 내 물리적인 위치가 꼭 사진이 촬영되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나는 가만히 서서 조종만 하면 아무 데서나 사진을 찍든 영상을 찍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요? 예 맞아요… 최적의 구도와 위치에 대해서 고민하곤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가? 그건 치열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지만 나는 게으르기 때문에 잘 안 될 것이다. 역시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다. 하여간, 하늘에서 보는 석양은 지상에서 보는 그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땅에 붙어서는 만들 수 없는 구도를 시험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2018.04.17. 츄르를 잊지 말자(잊어버림)

    밥을 먹고 나오는데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행색을 보니 길고양이 같은데, 이번에도 품에 츄르가 없었다. 애석한 일이다. 나와 잠깐 눈빛을 교환하다가 곧 자리를 떴다. 신속하게 퀵츄르했다면 좀 더 다가갈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잊지 말고 주머니에 츄르를 넣어가지고 다녀야 하겠다.

  • 이것저것 장비 열전

    파나소닉 35-100(f/4-5.6) 구입.

    내게 망원 화각은 항상 그렇다. 막상 갖고 있으면 의외로 쓸 곳이 흔치 않은데, 없으면 결정적일 때 아쉬운 것. 망원 쪽의 렌즈들은 대개 크고 무겁기 마련이니 갖고 다니기도 쉽지 않고. 나는 또 렌즈 교체하는 것도 귀찮아하는 사람이라 막상 망원 렌즈를 어렵게 들고 나가도 마운트해 놓은 렌즈 하나만 쓰는 경우도 많고. 그런데 그게 문제다. ‘없으면 결정적일 때 아쉬운’ 그 특징. 벚꽃놀이를 가려는데, 망원 렌즈 하나 없이 나가려니 뭐가 좀 많이 허전했다. 그래서 카메라 가게들을 둘러보니, 마침 겉옷 주머니에 대충 넣고 다닐 수 있는 정도의, 아주 작은 몸집을 가진 망원 렌즈 하나가 나와 있길래 샀다. 파나소닉 35-100(f/4-5.6)이었다. 작기는 정말 작다. 들어보면 실소가 나올 정도다. 무게는 고작 135g. 135판 렌즈랑은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2018.04.04. 떨어진 꽃들.

    길을 가다가, 동백꽃이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아마 간밤에 비를 맞아서 떨어진 것 같다. 바로 전날인 3일이 제주 4·3 70주년 날이었고, 동백은 그 추모와 기억의 상징이다. 떨어진 꽃이 다른 나무 덤불에 앉으니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 3일에는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70주년 추모 문화제에 다녀왔다. 세월호 분향소가 서 있던 자리에 제주 4·3 분향소가 들어섰고, 광장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조촐하게(그러나 결코 ‘조용’하지는 않게) 추모와 기억의 뜻을 표현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영애 선생의 추모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2주쯤 뒤면 세월호 참사 4주기다. 저 자리에는 이번엔 노란 빛이 채워질 것이다.

  •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2018.04.02. 결코 다시 벚꽃

    벚꽃 피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아침에 볼 때와 낮에 볼 때와 저녁에 볼 때가 각각 다 다르다. ‘퀵개화 노헛소리’ 수준인데, 이러다가 지는 것까지 퀵으로 가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마저 생긴다. 그래선 안 된다. 저녁에 퇴근해서는 소리전당 앞 벚꽃길로 갔다. 밤에 보는 벚꽃은 물론 아름답다. 전에는 전주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전주동물원이 야간개장을 하고 막 그랬었는데 올해는 소식이 없다. 동물들도 쉬어야 하니까. 밤에는 당연히 감도를 올려 찍어야 하는데, 마이크로 포서드 센서로는 좀 감당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노이즈 패턴이 아주 못생기거나 그런 게 아니라서 그냥 iso 6400까지 막 올려 찍곤 한다. 물론 셔터속도를 확보하지 못해도, 모션블러는 생겨도 핸드블러는 (눈에 띄게는)안 생긴다. 5축 손떨림보정의 힘이다. 그럼 이만

  •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2018.03.31. 벚꽃, 시작

    완연한 하루(春·はる)인데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다. 봄꽃들은 하루가 다르게 피고 진다. 주초만 해도 벚꽃이 핀 데가 거의 없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하나 피고 또 자고 일어나면 둘이 피고 해서 벌써 느낌적인 느낌으론 절반쯤은 핀 것 같다. 전주 삼천변은 다음 주면 절정일 듯. 동물원 벚꽃길도 기대가 많이 된다. 근데 벚꽃은 꽃만 피어있을 때보다 몇 송이 떨어지고 푸른 이파리가 몇 돋아났을 때가 더 예쁜 것 같다. 그러니까 내게 벚꽃파티를 즐길 시간이 아직 좀 더 남아있다는 뜻이다.

  •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2018.03.21. 춘분에 눈이라니

    눈이 내렸다. 춘분에. 춘분이라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때,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하자면 봄의 한복판인데. 생각해보니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다. 몇 년 전엔가는 벚꽃 피기 시작할 무렵에 눈이 내린 걸 본 적도 있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이제 덥다’ 소리가 막 나왔는데, 오늘은 이거 겨울옷을 입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래도 ‘겨울이 다시 왔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좀 ‘쌀쌀하다’ 싶을 정도? 그래서 역설적으로 봄이 왔음을 또 느낀다. 그래서 그런가, 아침에 ‘눈 맞은 꽃’ 사진을 찍어 보려고 출근길에 허둥지둥 나섰는데 이미 꽃에 앉은 눈은 다 녹고 없었다. 역시 사진을 찍으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