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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이면 간이역에 가야 한다 @서울 경춘선 숲길&화랑대역

    어떤 노랫말은 사료로서 가치가 있다. 자주 들르던 동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매장 내 배경음악으로 늘 동요가 흘러나왔다. 그중에서 ‘숫자송’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일! 일 초라도 안 보이면 이! 이렇게 초조한데 (중략) 오! 오늘은 말할 거야 육십억 지구에서 널 만난 건… (이하 생략) 전 세계 인구가 60억 명을 돌파한 것이 1999년의 일이고, 이 노래가 나온 것은 2003년이라고 한다. 이 무렵엔 관용적으로 ‘육십억 인구’라고 말하곤 했던 게 기억난다. 무슨 ‘천만 서울시민’,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과 같은 용법이라고 보면 되겠다. 2021년 현재 세계 인구는 79억 명쯤 됐으니까, 그 사이에 약 20억 명이 늘어난 것이다. 경춘선 철도 하면 김현철의 노래 ‘춘천 가는 기차’를 떠올릴 사람이 많을 터다. 이 노래 또한 2010년에 ‘사료’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복선전철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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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우면서도, 이해는 되면서도. @옛 서도역

    열차를 타면, 마냥 즐거웠다. 명절을 맞아 아버지 본가로, 또 집으로 향하는 열차였다. 덜컹덜컹 하는 특유의 규칙적인 소음도 좋았고, 호-도과자가 있어요 호-도과자- 천-안의 명물 호-도과자, 오-징어 맥주- 있어요-, 김-밥이 왔어요 김밥- 하는 열차 내 이동판매원 목소리 듣는 재미도 좋았다. 창밖 풍경이 일정한 속도로 지나가는 것도, 멈추는 역마다 형태가 다른 것도 흥미로웠다. 차만 타면 멀미를 했던 내겐, 멀미 걱정을 좀 덜 해도 괜찮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에야 내게 명절은 ‘노는 기간’이었으니 더 그랬을 것 같기도 하다. 용케도 ‘대국민 티케팅’에 성공했다. 처음엔 5000번대의 대기 번호를 보고 탄식했지만, 그 숫자는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어 상하행 무궁화호 좌석 정도는 어렵지 않게 예매할 수 있었다. 게다가 며칠 뒤에는, 혹시 몰라 대기를 걸어놨던 상행 KTX 표도 잡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