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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쁨과 슬픔: 일요일의 궁궐 산책과 밀린 일기
취재기자 시절, 선배들은 종종 이런 말을 했다. “기자라는 직업은 정말 좋은 직업이다, 단, 기사만 안 쓰면.” 누구라도 만나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어디라도 돌아다니고 체험할 수 있는 ‘직업’이 또 어디 있겠냐는, 그렇지만 기사를 쓰는 것은 늘 힘들다는, 그런 얘기. 물론 그땐 ‘무슨 선배들이 후배 앞에서 그런 얘기를 다 한담?’ 했지만, 그리고 그때는 기사 쓰는 일이 퍽 기꺼웠지만, 이제는 안다. 일생에서 그렇게 뻗댈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은 언젠가는 지치게 돼 있다는 것을. 글쓰기의 첫 단계이자 가장 어려운 단계가 ‘뭐 쓰지?’의 단계일 거라고 확신한다. 취재기자 시절,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바로 ‘아침 메모’였다. 다른 회사에선 ‘발제’라고도 한다던데, 뭐, 아무튼. 기사를 한 꼭지를 쓰더라도 사회에 필요한 주제, 의미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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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 찾기: 일상은 조금 단조로울 필요도 있다
금요일 출근 땐 폭우 퇴근 땐 황사였는데 갑자기 좋아진 날씨에 그저 ‘어안이벙벙’ 이런 날 며칠이나 되겠나 싶어 디딘 걸음 고작 생각해낸 곳이 불광천에 마포대교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365분의 1년일 뿐 일관성도 꾸준함도 없이 요행만 바라나 날씨가, 좋아지든지 나빠지든지 그냥 좀 적당히 평이하게 진행되면 좋을 텐데, 아무래도 이 기후위기의 시대에 그런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그러니까, 한 주 전 금요일인 지난 7일엔 출근길에 폭우가 쏟아졌다. 아침에 나올 땐 그냥 좀 흐리기만 하겠거니 싶어서 우산 없이 출근했다가, 버스정류장에서 회사 건물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 빗줄기에 풍덩 빠져버렸다. 횡단보도 신호가 뭐 그리 긴지. 도무지 손바닥으로 정수리를 가린다고 뭐가 될 게 아닌 상황에서 마침 어느 지나가던 분이 우산을 드리워주셔서 잠깐 숨을 돌릴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