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여기에 길고양이 사진을 입력]

    몇 년 전, 아파트 단지에 삼색 고양이가 있었다. 주차된 자동차 아래에서 식빵 굽는 자세를 하고서 앉아 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애옹애옹 울곤 했다. 그럼 또 나 같은 사람이 헐레벌떡 고양이 음식을 갖다 바쳤다. 주로 습식 파우치나 캔 같은 것이었고, 간혹 템테이션 같은 간식을 줄 때도 있었다. 간식은 잘도 먹으면서, 사람과의 거리는 또 칼같이 지켰다. 사회적 거리 두기였을까? 간식을 주면 와서 먹는 게 아니라 멀찌감치 떨어진 채로 앞발을 길게 내밀어 쓱 끌고 가서 먹었다. 조금만 가까이 갈라치면 하악질을 하거나 뒷걸음질을 쳤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건 정말 중요한 생존 전략이었던 것 같다. 혹여 누가 해코지라도 하면 어떡해. 정기적으로 사료와 물을 챙겨주는 주민도 있었다. 그러나 삼색이와의 만남은 그 겨울을 넘기지 못했는데,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

  • 창틀에 누워 하품하는 고양이.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이 행성은 고양이가 점령했다. @지구별고양이

    고양이를 비롯한 털 달린 동물들의 ‘귀여움’을 한참 즐기다 보면, ‘귀여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대체로 ‘귀여움’은 ‘무해한 대상’에게 느끼기 마련이다. 아기는 내게 치명적인 해를 줄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귀여운’ 캐릭터들은 아기와 많은 특성을 공유한다. 눈이 크고, 몸이 통통하며,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무해한)행동을 한다. 반려동물들이 인간 아기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하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 포유류 동물 사이에서는 ‘귀여움’의 이미지가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어쩌면 ‘귀여움’이라는 것은 ‘무해함’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그런데 생각을 확장하다 보면, ‘귀여움’의 이미지가 어디까지 공유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도 던져보게 된다. 이를테면 고양잇과 동물은 야생에서는 사냥꾼이자 포식자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뛰어난 동체시력과 날렵한 몸놀림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동시에 고양잇과 동물들은 대체로 ‘귀엽다’. 물론 이것은 주관적인…

  •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2018.08.26. 산책 중에 고양이 만남.

    그러니까 이 사진을 찍던 날이었다. 지나간 태풍 ‘솔릭’이 발자국처럼 남겨놓은 구름들이 저녁 햇빛을 받아 뻘겋게 빛나던, 한여름의 열은 살짝 식고 그 틈으로 초가을의 것으로 봐도 무방할 선선한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그러니까, 정말로 오랜만에 ‘산책하기 좋은 날’이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산책을 하면 우리는 고양이를 만날 수가 있다. 바로 이 말입니다. 해는 곧 지고,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가지고 있던 카메라의 감도를 25600까지 올렸다. 노이즈 감소 기능이 작동하면서 마치 아지랑이처럼 밀린 화면 속에는 그러나 고양이의 안광이 선명했다.(사실 옆에서 휴대폰 플래시를 비춘 것이다) 사람을 별로 경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 이 작은 고양이는 간식 한 봉을 뚝딱 해치우고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귀엽군요… E-m1의 고감도 성능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다. 산책을 생활화해야 하겠다. 왜냐하면 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지도…

  •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2018.06.06. 고양이를 많이 만난 날

    오늘은 이상하게 고양이를 많이 만났다. 이상하게? 알고 보면 원래 다 그 자리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내가 그동안 운이 없어서 못 본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늘은 공휴일이어서 유동인구가 적으니 고양이들이 평소보다 덜 숨어있었던 것일지도. 이 아이는 전에 밥을 줬던 그 고등어 아이다. 털이 꼬질꼬질하고 좀 마른 편이다. 여전히 경계심이 강했지만, 그래도 저번에 밥을 줬었던 걸 어렴풋이 기억은 하는지 지난번 처음 봤을 때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거리를 허용했다. 오늘은 아쉽게도 밥을 주지 못했다. 다음에 또 보면 츄르를 줘야겠다. 점심을 먹으러 나섰는데, 이번에는 노란 고양이가 주차된 자동차 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는 것을 봤다. 볕이 뜨거우니 차 아래 그늘이라도 찾아 들어가야 하는 모양이다. 저쪽을 계속 바라보길래 뭐가 있나 했는데, 잠시 뒤에 까치로 보이는(정확히는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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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3.16. 예쁜 길고양이

    길을 지나는데, 길 옆 화단에서 뭐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뭐지, 하고 발을 멈추고 들여다보는데, 글쎄 흰색과 검은색이 적절히 섞인 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몸집은 조금 작은 편이었는데, 다 안 커서 그런 건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가까이 가니 ‘끼융’ 하는 소리를 내며 이쪽을 쳐다봤다. 여기까지 찍고 주머니를 허겁지겁 뒤졌는데, 이럴수가, 항상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던 츄르가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겨울에서 봄으로 황급히 넘어오면서 바뀐 겉옷 주머니에 츄르를 깜빡하고 안 넣어뒀다. 하필 길고양이를 만날 때면 츄르가 없고, 츄르가 주머니에 있으면 길고양이가 보이질 않는다. 너무 기막힌 불운이다. 한참 저렇게 있다가 내가 살짝 움직이자 화단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근데 위에서 보면 보이지롱 E-m1의 틸트 디스플레이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