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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도 마감이 있다면. @경희궁

    지금도 물론 게으르기 짝이 없지만, 어릴 적엔, 그러니까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정말로 게으름의 극치를 달렸었다. 숙제가 있다? 일단 안 하고 버틴다. 그러다 마감일이 돌아오고, 막판에 몰아서 하다가 결국 다 못하고, 회초리를 몇 대 맞는다(참고: 체벌은 폭력입니다). 영어 학습지를 할 때도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 오시기 두어 시간 전부터 교재에 급하게 아무말이나 적어 넣다가 혼난 적도 있었다. 언제부턴가 ‘과제를 할부로 하는 사람’이 되면서 벼락치기와는 조금 거리를 두게 됐지만, 이번엔 불안과 함께 살아가야 할 처지가 됐다. 만약 18일에 제출해야 한다면, 난 8일부터 불안하기 시작할 거야. 성미가 급한데 집중력은 없고, 불안하니까 뭔가 하기는 해야 되겠는데 단숨에 끝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 금방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고, 그래서 잠깐 하다 말고, 이런 걸 열흘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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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각, 遲刻, 知覺.

    무슨 겨울이 이래, 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 2020년 1월은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따뜻한 1월‘로 기록됐다. 어느 날엔가, 제주도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섭씨 20도를 넘기며 철쭉과 유채가 철모르고 피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얼죽코’와 ‘얼죽아’인 사람들이 ‘얼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한반도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뭔가 굉장히 이상한 1월이었던 것도 같다. 노르웨이, 그러니까 빙하와 피오르의 나라에서, 1월에, 낮 최고기온이 섭씨 19도에 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라는 것의 거대한 실체를 목도하고 있는 것일까. 올겨울, 서울에는 ‘눈 다운 눈’이 오지 않았다. 눈이 몇 번 오긴 했는데, 여느 겨울에 그런 것처럼 수북이 쌓일 정도는 아니었다. 2월 4일, 정말 오랜만에 서울에 눈이 내렸다. 낮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저녁에는 얼음비로 변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에는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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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3.21. 춘분에 눈이라니

    눈이 내렸다. 춘분에. 춘분이라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때,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하자면 봄의 한복판인데. 생각해보니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다. 몇 년 전엔가는 벚꽃 피기 시작할 무렵에 눈이 내린 걸 본 적도 있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이제 덥다’ 소리가 막 나왔는데, 오늘은 이거 겨울옷을 입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래도 ‘겨울이 다시 왔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좀 ‘쌀쌀하다’ 싶을 정도? 그래서 역설적으로 봄이 왔음을 또 느낀다. 그래서 그런가, 아침에 ‘눈 맞은 꽃’ 사진을 찍어 보려고 출근길에 허둥지둥 나섰는데 이미 꽃에 앉은 눈은 다 녹고 없었다. 역시 사진을 찍으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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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2.12. 와 눈 겁나게 와분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눈이 막 쏟아지면서 눈앞을 가리는 게 아닌가. 하늘 한가득 쏟아붓는 듯했다. 아따 이거 겁나네;;; 싶을 정도였다. 사실 어제도 눈이 왔지만 오늘 오전만 해도 마음을 잠깐 놓았었다. 반성합니다. 한국인아! 또 속냐! 내일 출근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