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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음’을 생각하다 @북악산, 창덕궁
처음엔 분명 삼청동 일대를 잠깐 ‘산책’만 하려고 했었다. 그 인근 어디에 올라가면 사람은 별로 없고 전망은 매우 좋다더라, 하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북악산 등산을 하고 있었다. 필름카메라인 캐논 EOS-1을 들고, 여분의 필름은 없이. 이날 나는 한양도성을 따라 산등성이를 걷다가 내려와 성균관대 캠퍼스를 가로질렀고, 다시 창덕궁에 갔다. 나뭇잎들이 울긋불긋했고, 오후 늦은 해가 슬슬 기울어가면서 볕이 노릇노릇해진 것이 퍽 어울렸다. 어제는 또 이랬다. 나는 분명 손톱을 문지를 버퍼(요즘 손톱 정리하는 재미에 빠졌다) 하나만 사려고 올리브영에 들어갔는데, 보다 보니까 마침 섬유향수도 필요했던 것 같고, 얼굴 톤업크림도 있어야 할 것 같고, 해서 이것저것 골라담다 보니 한 바구니를 들고 나온 것이다. 정작 버퍼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버퍼링에 걸리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