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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눈보라, 점심시간의 설경, 그리고 미끄러짐 @경복궁, 인왕산
솔직히 눈 오면 즐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나이를 먹었어도 똑같다. 한동안 내가 운전해서 다니던 시절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즐거움을 억눌렀지만, 지금은 운전할 일도 없으니 억눌릴 것도 없다. 그냥 즐거워하면 되는 것이다. 야근이 조금 힘들어지기야 하지만, 근데 뭐 그것도 내 상태가 많이 안 좋지 않은 이상은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점심시간이 비교적 길다 보니 눈 오는 날 꽤 근사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그것이 좋은 점이고, 나쁜 점은, 그것이 일요일이나 공휴일이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근데 그게 또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양날의 칼인 것이, 출근을 안 하는 날이면 틀림없이 방구석에서 뒹굴다가 일어나지도 못하고 설경이고 뭐고 즐기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식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냥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산책하는 게 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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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마감이 있다면. @경희궁
지금도 물론 게으르기 짝이 없지만, 어릴 적엔, 그러니까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정말로 게으름의 극치를 달렸었다. 숙제가 있다? 일단 안 하고 버틴다. 그러다 마감일이 돌아오고, 막판에 몰아서 하다가 결국 다 못하고, 회초리를 몇 대 맞는다(참고: 체벌은 폭력입니다). 영어 학습지를 할 때도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 오시기 두어 시간 전부터 교재에 급하게 아무말이나 적어 넣다가 혼난 적도 있었다. 언제부턴가 ‘과제를 할부로 하는 사람’이 되면서 벼락치기와는 조금 거리를 두게 됐지만, 이번엔 불안과 함께 살아가야 할 처지가 됐다. 만약 18일에 제출해야 한다면, 난 8일부터 불안하기 시작할 거야. 성미가 급한데 집중력은 없고, 불안하니까 뭔가 하기는 해야 되겠는데 단숨에 끝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 금방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고, 그래서 잠깐 하다 말고, 이런 걸 열흘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