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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우면서도, 이해는 되면서도. @옛 서도역
열차를 타면, 마냥 즐거웠다. 명절을 맞아 아버지 본가로, 또 집으로 향하는 열차였다. 덜컹덜컹 하는 특유의 규칙적인 소음도 좋았고, 호-도과자가 있어요 호-도과자- 천-안의 명물 호-도과자, 오-징어 맥주- 있어요-, 김-밥이 왔어요 김밥- 하는 열차 내 이동판매원 목소리 듣는 재미도 좋았다. 창밖 풍경이 일정한 속도로 지나가는 것도, 멈추는 역마다 형태가 다른 것도 흥미로웠다. 차만 타면 멀미를 했던 내겐, 멀미 걱정을 좀 덜 해도 괜찮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에야 내게 명절은 ‘노는 기간’이었으니 더 그랬을 것 같기도 하다. 용케도 ‘대국민 티케팅’에 성공했다. 처음엔 5000번대의 대기 번호를 보고 탄식했지만, 그 숫자는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어 상하행 무궁화호 좌석 정도는 어렵지 않게 예매할 수 있었다. 게다가 며칠 뒤에는, 혹시 몰라 대기를 걸어놨던 상행 KTX 표도 잡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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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과 낮바다, 여수, 여천, 여수EXPO.
영등포에서 외대로 통학하던 시절, 구태여 중간에 중앙선 열차로 갈아탔다가 내리곤 했다. 그냥 1호선 타고 쭉 가기만 하면 되는데도 불필요한 환승 두 번을 집어넣은 것이다. 지금 다시 하라면 아마 안 할 테지만, 그땐 그 길이 좋았다. 용산역에서 출발(당시엔 경의선이 중앙선과 연결돼 있지 않았다)하는 기분도 좋았고, 거꾸로 용산역에 종착하는 느낌도 좋았다. 지금은 들을 수 없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깔리면서 시작되는 “이번 역은 우리 열차의 마지막 역인 용산, 용산역입니다…” 하는 안내방송도. 반드시 내려야만 하는 수고로움도 하나의 매력이었다. 종착역과 시발역은 특별하다. 더 많이 불리고, 더 깊이 기억에 박힌다. 전라선의 끝, 또는 시작, 여수에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라선 철도의 시종점인 동시에, 내게는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첫 번째 장이기도 하다. 여름휴가 기간에 여수로 짧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