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하는 소리

    반박 시 아무튼 내 말이 맞음의 시대에 반박 참고 먹을 거나 챙기기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인플레이션 폭풍을 맞이하는 시절이라 그런지, 표현에도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듯하다. ‘외교참사’라는 말로는 최근 일주일 동안 일어난 사건을 전부 담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해서 그보다 더 강한 단어를 찾아 헤매고 있는데, ‘파탄’이라든지 ‘붕괴’라든지 하는 단어로도 느낌이 부족한 것 같다. 이 사태의 백미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 새끼들”과 “바이든이는 쪽팔려서 어떡하나” 발언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적반하장이다. 그냥 아, 제가 경솔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 했으면 좀 웅성웅성하고 말았을 일을 사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했다!! “이 새끼들”은 한국 야당 국회의원들을 말한 것이다!! 하고 우기다가 급기야는 아무튼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라든가 조치를 취하겠다!!까지 나아간 것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얼마 전에 화제가 된 ‘심심한 사과’ 사건도 그렇고, 여성가족부…

  •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이십오륙년 묵은 기억, 전주 우아주공1차아파트.

    도시는 언제나 일일신우일신. 날로 새로워지고, 또 새로워진다. 내가 딛고 선 이 자리에는 벌써 수천 년, 수만 년, 그 이상의 시간이 겹쳐 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실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변하는 건 강산이 아니다. 풍경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많고 활기가 있는 도시일수록 그런 변화는 더욱 빠르고, 더욱 힘차다. 이제는 흔한 단어가 되어버린 ‘젠트리피케이션’을 생각한다. 딱히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의미도 아닌, 그냥 ‘현상’으로서의 그것을. 땅은 한정적이고, 세월은 흐르며, 사람도 사람의 생활 양태도 변한다. 건축물은 낡으면 위험해지고, 도로나 철도는 좁고 굽은 채로 두면 제 기능을 못 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재건축이라는 것도 결국 그렇다. 오래된 아파트가 헐리고 그 자리에 새 건물이 지어지는 것은, 그 도시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낡은 채로 세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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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31. 물이 많이 불었다.

    바깥은 번쩍번쩍하고, 쏴아 하고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고, 또 이따금 꽈광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쨌든 잘 자고 있었는데, 새벽 네 시쯤이었을 것이다. 삐이익 하는 익숙한 소리가 머리맡에서 들렸다. 재난알림문자였다. 폭우로 큰 피해가 우려되니 주의하라던가 뭐라던가. 비몽사몽간이라 자세히 읽지는 못하고 알림을 끄고 다시 누웠다. 그 뒤로 두 번인가 더 알림이 왔다. 아침에는 분명히 깨 있었는데, 누워서 꾸물대다가 다시 잠들었다. 꿈속의 꿈속의 꿈까지 들어가는 요상한 꿈속을 헤매고 깨니 어쩐지 굉장히 지치는 느낌이었다. 덥지도 않은 날씨에 땀이 좀 났던 것 같다. 요즘은 꿈이 참 선명하다. 꿈이 선명하다 보면, 일하는 꿈을 꾸면 실제로 일을 한 것처럼, 뛰는 꿈을 꾸면 실제로 뛴 것처럼 피곤하다. 의학적으로 실제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기분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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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6.14. 단오 무렵의 덕진공원.

    공기가 이상하게 탁했는데, 그래도 오랫동안 드론을 안 날렸으니까 오늘 한 번 날려보자 하고 덕진공원에 갔다. 그러고 보니 단오가 다가오는데, 단오 행사한다고 부스도 설치하고 뭐 이것저것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옛날에는(그러니까 한 오십년 쯤 전에는) 덕진연못 물가에 창포가 많이 자라서 연못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도 하고 그랬다고 하는데, 지금은 실수로라도 저 물에 내 몸이 닿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그런 시대가 되고 말았다. 연잎은 많이 올라왔는데, 연꽃이 피려면 아직 한참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저 연화교는 철거한다 철거한다 하면서 아직도 그대로다. 연꽃 시즌이 끝나면 철거하려나? 어쩌면 이번에도 철거 안 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2062년, 삐걱거리는 연화교를 걸으며 저 멀리 긴 꼬리 달고 지나가는 핼리 혜성을 보게 되는데…… 약간 오버노출로 찍고 끌어내리는 쪽이 색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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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03. 잘 먹고 다닌다.

    잘 먹어야 잘 산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잘 먹는 것이 1위, 잘 자는 것이 2위고 그밖의 것은 3위에 불과하다. 오늘은 야모리 식당에 갔다. 전주 객사 쪽(요새는 객리단길이라고들 많이 부른다더만)에 있는 와쇼쿠 집인 야모리 식당은 내가 정기적으로 들르는 곳이다. 전주에서 뭘 먹어야 하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내가 답해주는 목록 속에는 마살라, 야모리 식당, 그리고 백수의 찬, 이렇게 세 곳은 반드시 포함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 주관적인 호감의 정도다. 물론 오늘뿐 아니라 평소에도 잘 먹고 산다. 이런 것도 먹었고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날에는 사실은 평양냉면을 먹고 싶었지만 함흥도 이북인 건 맞으니까 함흥냉면집엘 갔다. 전주 영화의 거리 쪽에 있는 ‘원조 함흥냉면’ 집은 특히 함께 주는 뜨뜻한 육수가 맛있다. 그리고 벼르고 별렀던 메밀방앗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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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4.28. 봄의 한복판

    올해 안에 전쟁이 끝난다. 한반도에 더는 전쟁은 없다. 아직도 이게 긴가민가, 실감이 잘 안 난다. 뭔가 한 시대가 또 새롭게 열리는구나. 그렇구나. 평양 옥류관 냉면이나 한 그릇 먹고 싶다. 류경호텔에도 가보고 싶고, 위화도에도 가보고 싶다. 이제는 정말 그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불가능이 아니다, 명백한 가능성! 날은 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겉옷을 걸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은 내가 가진 겉옷 중 가장 얇은 것을 입고 나갔는데도 조금 더웠다. 참햇볕정책 인정합니다. 오늘은 중앙시장 쪽으로 나가봤다. 중앙상가를 위에서 보는 것은 물론 이번이 처음이다. 생긴 게 좀 신기하게 돼 있는데, 저 구조를 잘 모르겠다. 바로 맞은편 방송통신대 주변엔 이팝꽃이 아주 흐드러지게 피었던데, 며칠 내로 팔복동 이팝나무길에도 가봐야 하겠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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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4.18. 석양과 전주 종합경기장

    드론을 쓰면서 제일 좋은 점은 내 물리적인 위치가 꼭 사진이 촬영되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나는 가만히 서서 조종만 하면 아무 데서나 사진을 찍든 영상을 찍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요? 예 맞아요… 최적의 구도와 위치에 대해서 고민하곤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가? 그건 치열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지만 나는 게으르기 때문에 잘 안 될 것이다. 역시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다. 하여간, 하늘에서 보는 석양은 지상에서 보는 그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땅에 붙어서는 만들 수 없는 구도를 시험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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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4.02. 결코 다시 벚꽃

    벚꽃 피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아침에 볼 때와 낮에 볼 때와 저녁에 볼 때가 각각 다 다르다. ‘퀵개화 노헛소리’ 수준인데, 이러다가 지는 것까지 퀵으로 가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마저 생긴다. 그래선 안 된다. 저녁에 퇴근해서는 소리전당 앞 벚꽃길로 갔다. 밤에 보는 벚꽃은 물론 아름답다. 전에는 전주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전주동물원이 야간개장을 하고 막 그랬었는데 올해는 소식이 없다. 동물들도 쉬어야 하니까. 밤에는 당연히 감도를 올려 찍어야 하는데, 마이크로 포서드 센서로는 좀 감당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노이즈 패턴이 아주 못생기거나 그런 게 아니라서 그냥 iso 6400까지 막 올려 찍곤 한다. 물론 셔터속도를 확보하지 못해도, 모션블러는 생겨도 핸드블러는 (눈에 띄게는)안 생긴다. 5축 손떨림보정의 힘이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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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3.31. 벚꽃, 시작

    완연한 하루(春·はる)인데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다. 봄꽃들은 하루가 다르게 피고 진다. 주초만 해도 벚꽃이 핀 데가 거의 없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하나 피고 또 자고 일어나면 둘이 피고 해서 벌써 느낌적인 느낌으론 절반쯤은 핀 것 같다. 전주 삼천변은 다음 주면 절정일 듯. 동물원 벚꽃길도 기대가 많이 된다. 근데 벚꽃은 꽃만 피어있을 때보다 몇 송이 떨어지고 푸른 이파리가 몇 돋아났을 때가 더 예쁜 것 같다. 그러니까 내게 벚꽃파티를 즐길 시간이 아직 좀 더 남아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