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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이십일년 가을, 시월을 배웅함 @서울 불광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니 추분이 벌써 한참 전에 지난 것도 모르고 있었다. 찾아보니 이미 추석 즈음에 추분점을 지났다고 한다. 어쩐지 아무리 일찍 퇴근해도 하늘이 어둑어둑하더라니. 저녁이 없는 삶이다.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흰머리를 뽑았다.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물학적으론 이미 ‘그럴’ 나이가 된 모양이다. 이렇게 나이 운운하고 있는 걸 보면 이제 확실히 ‘그럴’ 나이가 됐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억울하지만 어쩔 것인가. ‘MZ세대’니 뭐니 마이크 독점하고 떠들어대면서 추하게 굴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계절이 순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을은 ‘돌아온’ 것이 아니다. 시간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이다. 2020년의 10월 31일과 2021년의 10월 31일은 비슷하지만 같지 않고, 2020년 10월 31일에 한 생각과 2021년 10월 31일에 하는 생각은 같을 수 없다. 기억이라는 것도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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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완료. 연못 한가득, 올해의 연꽃 향기 @전주 덕진공원
등줄기로 굵은 땀방울이 도로록 굴러 떨어진다. 짙은 구름이 해를 가려서 뜨겁지는 않지만, 이런 날이 더 더울 수도 있다. 직화로 구워지느냐, 수비드로 천천히 익느냐, 그 차이일 뿐이다. 6월 말에 피기 시작하는 연꽃은, 이런 날을 감당할 수 있어야만 볼 수 있다. 그 정도 수고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연이 뭐 사람에게 보여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전주 덕진공원 연못은 전국적으로도 손꼽는 연꽃 명소다. 약 10만㎡ 연못을 딱 반으로 갈라 한쪽을 연꽃 군락이 뒤덮고 있었는데, 최근에 연화교가 철거되면서 이게 더욱 확산됐다. 지금은 연못의 대부분이 연잎 그늘 아래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연화교가 철거되기 전에 전주시설공단에서 “연꽃의 수는 어림잡아 50만~100만 주”라는 답변을 받았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물론 사람이 일일이 셀 수 없으니 추정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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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 렌즈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 새 사진 찍기 /w 올림푸스 40-150 pro
올림푸스 40-150 pro 렌즈를 들인 뒤로, 나는 아무래도 망원 쪽 화각을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광각은 구도를 짜기가 어렵고, 표준은 내 실력 선에선 너무 밋밋하다. 그러니 동물이든 꽃이든 풍경이든 당겨 찍을 수 있는 망원 쪽으로 손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털 달린 귀여운 존재들을 매우 좋아하며, 이 존재들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소재가 마를 일도 없다. 40-150 pro 렌즈는 매일 들고 다니기에는 크기와 무게가 부담이 되지만, 한 번 들고 나가면 실망하지는 않는다. 개방 조리갯값 2.8을 유지하면서도 줌 배율이 높고(대개 f/2.8 고정 줌렌즈는 3배 이하다), 초점 맞추는 것이 빠르다. 이게 40-150 pro 렌즈를 사고서 처음으로 찍은 새 사진. 물론 문자 그대로의 ‘첫 컷’은 아니고, 골라서 볼 만한 정도의 사진 중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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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은 온다.
요즘처럼 ‘개인 공간’이 넉넉하게 존중받는 때가 전에도 있었나 모르겠다. 다른 사람과 2m씩 거리를 두고, 집단 행사는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회식도 하지 말고, 재택근무를 하거나 시차를 두고 출근하고, 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마냥 생경하다. 여기가 그렇게도 집단과 단결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이 맞습니까, 묻고 싶을 지경이다. 약간 ‘호들갑’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코로나19(COVID-19)가 전파력이 강하다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원래 그동안의 문화와 습관이 감염병에 취약한 것이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마 이 감염병 유행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술잔들을 돌리고 단체행사를 열고 으쌰으쌰 ‘인화단결’을 외치고 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괜히 자리에 있는 손 소독제를 한 번 짜서 손에 바른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마스크를 쓰는 것보다 손을 잘 씻는 것이 훨씬 중요하단다. 그리고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