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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만 준비하시고, 쏘세요. /w Zeiss Ikon Contessa LKE
노출계가 없다고 해서 사진을 못 찍는 건 아니지만, 분명 적정노출을 잡는 데 실패하는 비율이 높아지기는 할 것이다. 자이스 이콘 콘테사 LKE 카메라는 셀레늄식 내장 노출계를 갖춘 모델이지만, 내가 산 물건은 노출계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처음엔 어느 정도 보정해서 쓸 수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그게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도 요즘은 빛을 세심하게 제어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외장 노출계를 따로 살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다. 스마트폰용 노출계 어플리케이션이 있으니까. 어떤 앱이 좋냐면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일단 내가 쓰는 것은 pocket light meter라는 앱(iOS용)이다. 대체로 기능이며 디자인은 대동소이한 것 같다. 휴대폰을 꺼내 노출을 재는 일이 번거롭긴 하지만, 그걸 컷마다 할 필요는 없다. 낮에 야외에서라면 전체적인 밝기가 변화무쌍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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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음’을 생각하다 @북악산, 창덕궁
처음엔 분명 삼청동 일대를 잠깐 ‘산책’만 하려고 했었다. 그 인근 어디에 올라가면 사람은 별로 없고 전망은 매우 좋다더라, 하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북악산 등산을 하고 있었다. 필름카메라인 캐논 EOS-1을 들고, 여분의 필름은 없이. 이날 나는 한양도성을 따라 산등성이를 걷다가 내려와 성균관대 캠퍼스를 가로질렀고, 다시 창덕궁에 갔다. 나뭇잎들이 울긋불긋했고, 오후 늦은 해가 슬슬 기울어가면서 볕이 노릇노릇해진 것이 퍽 어울렸다. 어제는 또 이랬다. 나는 분명 손톱을 문지를 버퍼(요즘 손톱 정리하는 재미에 빠졌다) 하나만 사려고 올리브영에 들어갔는데, 보다 보니까 마침 섬유향수도 필요했던 것 같고, 얼굴 톤업크림도 있어야 할 것 같고, 해서 이것저것 골라담다 보니 한 바구니를 들고 나온 것이다. 정작 버퍼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버퍼링에 걸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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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니 장마철도 ‘좋았던 시절’이 되고 만다(/w EOS-1)
징그럽게 덥다. 덥다. 뜨겁다. 푹푹 찐다. 숨이 막힌다. 기온이 섭씨 30도를 훌쩍 넘어 고공행진 중이시다. 어제는 한 1만 보쯤을 걸었는데, 햇볕이 좀 덜 따가운 해 질 녘에 걸었는데도 그건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교훈을 얻고 오늘은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역시 에어컨은 인류 문명의 결정체라 하겠다. 문득 한 보름쯤 전과 요즘을 비교해 본다. 비에 젖지만 않으면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아닌가. 기억이라는 건 미화되기 마련이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완벽한 날씨라는 건 세상에 없다. 불어난 물에 잠긴 징검다리의 한쪽 팔 끝 즈음에 앉아서, 그 물이 몰고 오는 서늘한 바람과 이따금 튀어 오르는 물방울을 즐기며 가만히 있었다. 사실 저 때 ‘즐기며’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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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필름 카메라에 필름 끼우기: 펜탁스 mx를 중심으로
오래전에 썼던 내용을 조금 고쳐서 다시 올립니다. -라고 쓰고 ‘조금’만 고치려고 했는데, 다시 찬찬히 보니까 도저히 못 봐주겠는 흑역사 수준의 글이었어서 결국 다 갈아엎고 다시 썼습니다. 사실 원래는 제가 안 잊어버리려고 써놨던 건데요. 최근에 티스토리 블로그 방문자 수가 갑자기 늘었길래(그래 봤자 수십 명 수준이지만) 뭘까 하고 유입 키워드를 봤더니, ‘필름 끼우기’를 검색한 이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복고 열풍 어쩌고’로 얘기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지금 시대의 ‘필름 사진’이라는 건 또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떠올랐습니다. 그러니까, ‘디지털 원주민’들에게는 이게 복고고 자시고도 아니라는 그런 해석이었는데요. 저는 그… 필름카메라가 예뻐서 좋아하는데요… 예 역시 카메라는 예쁜 게 최고입니다. 하여간 필름 사진이 다시 흥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또 재미있고 가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