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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을 보내며-제정신으로 살기가 이렇게 힘들지만
지난해 말미에, 그 해를 돌아보며 ‘거대한 농담 같았던 해’라고 쓴 적이 있다. 2020년은 정말로 ‘농담 같은’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로 문을 열어서 무슨 들어본 적 없는 조합의 한국어로 된 온갖 정치뉴스(무슨 180석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는 얘기라든지, 그랬는데 얼마 안 가 서울과 부산의 시장 자리가 시장의 성범죄로 인해 공석이 됐다든지, 현직 검찰 총수가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린다든지 등등)가 나오질 않나, 사상 최장의 장마를 비롯한 기상이변이 전 세계적 규모로 일어나질 않나, 하여간 혼이 비정상이 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다시 한 해 지나서 보니, 어쩌면, 농담도 진지하게 반복하면 그냥 진담이 되는 법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상 ‘비정상의 정상화’다. ‘비정상’인 상태를 ‘정상’ 상태로 돌려놓는다는 게 아니고, ‘비정상’인 상태는 두고서 이름표만 ‘정상’으로 바꿔 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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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의 위로… 위를 바라보면 ‘더 위’가 있다
고도로 발달한 출근길은 여전히 황천길과 구분할 수 없었고, 사무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시 퇴근에 대한 갈망이, 휴가 첫날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환상이 올라왔다. 막상 돌아가면 역시나 할 것 없이 멍 때리며 그 시간을 허비할 것이 확실한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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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길고양이 사진을 입력]
몇 년 전, 아파트 단지에 삼색 고양이가 있었다. 주차된 자동차 아래에서 식빵 굽는 자세를 하고서 앉아 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애옹애옹 울곤 했다. 그럼 또 나 같은 사람이 헐레벌떡 고양이 음식을 갖다 바쳤다. 주로 습식 파우치나 캔 같은 것이었고, 간혹 템테이션 같은 간식을 줄 때도 있었다. 간식은 잘도 먹으면서, 사람과의 거리는 또 칼같이 지켰다. 사회적 거리 두기였을까? 간식을 주면 와서 먹는 게 아니라 멀찌감치 떨어진 채로 앞발을 길게 내밀어 쓱 끌고 가서 먹었다. 조금만 가까이 갈라치면 하악질을 하거나 뒷걸음질을 쳤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건 정말 중요한 생존 전략이었던 것 같다. 혹여 누가 해코지라도 하면 어떡해. 정기적으로 사료와 물을 챙겨주는 주민도 있었다. 그러나 삼색이와의 만남은 그 겨울을 넘기지 못했는데,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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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은 온다.
요즘처럼 ‘개인 공간’이 넉넉하게 존중받는 때가 전에도 있었나 모르겠다. 다른 사람과 2m씩 거리를 두고, 집단 행사는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회식도 하지 말고, 재택근무를 하거나 시차를 두고 출근하고, 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마냥 생경하다. 여기가 그렇게도 집단과 단결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이 맞습니까, 묻고 싶을 지경이다. 약간 ‘호들갑’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코로나19(COVID-19)가 전파력이 강하다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원래 그동안의 문화와 습관이 감염병에 취약한 것이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마 이 감염병 유행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술잔들을 돌리고 단체행사를 열고 으쌰으쌰 ‘인화단결’을 외치고 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괜히 자리에 있는 손 소독제를 한 번 짜서 손에 바른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마스크를 쓰는 것보다 손을 잘 씻는 것이 훨씬 중요하단다. 그리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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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5000원짜리 카메라 써보기. /w 파나소닉 GF2
퇴근하면 매일 빼놓지 않고 챙기는 일과가 있다. 바로 온라인 카메라 쇼핑몰과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카메라와 각종 장비들을 구경하는 것이다. 이유야 별것 없다. 그냥 카메라가 좋은 것이다. 가끔 예쁜 물건이 나오면 그냥 막 보면서 감탄도 하고, 흔치 않은 매물이 있으면 또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호기심을 채우고, 시세도 보고, 또 그러다 정말 가격이 괜찮은 게 나오면 살까 말까 고민도 하고. 요즘의 고민은, ‘코트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으면서 화질도 괜찮은 카메라’가 내게 없다는 것이었다. 전에 그렇게 쓸 목적으로 파나소닉 GX9을 샀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그립을 제외하면 E-M1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실상 실패했던 기억만 남는다. 머릿속으로 ‘렌즈가 문제야!’를 외치며 세상에서 가장 얇은 표준줌렌즈인 올림푸스 14-42 EZ 렌즈를 자동개폐 렌즈캡까지 얹어서 샀지만, 내가 가진 마이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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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후 카메라 vs 일상 카메라: 파나소닉 GX9 + 15mm f/1.7
새 직장을 구하면서, 더는 출퇴근 때 어깨에 카메라와 렌즈를 걸고 다니긴 좀 그렇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럴 만한 직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래는 E-m1 mark II를 알아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E-m1에서 지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들(AF 성능, 고감도 노이즈, 배터리 성능 등)이 크게 개선된 모델이고, 그야말로 ‘전천후 카메라’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퍼뜩 ‘그걸 가지고 다닐 수 있느냐’는 문제가 떠오른 것이다. SLR처럼 튀어나온 뷰파인더와 ‘짱짱한’ 그립이 문제였다. 그럼 서류가방에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카메라를 서브로 쓰면 어떨까 ←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서, 자연스럽게 GX85 또는 GX9로 초점이 옮겨졌다. 그래, 손떨림보정 기능도 있고, AF도 평이 괜찮고… 뭐 이왕이면 새걸 사는 게 낫겠지? 까지 생각하고 파나소닉 매장에서 잠깐 만져보고는 ‘그래, 사야겠다’가 된 것이다.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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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길고양이를 만남.
걸어가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어디서 튀어나와서 저쪽으로 토도도돗 달려갔다. 어매 이게 뭣이여, 하다가 그 튀어나간 것이 고양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크기로 보아 성묘는 아니고 막 성장기인 녀석 같았다. 건물 주차장 아스팔트 사이로 난 들꽃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것이 아주 귀여웠다. 그러다 주차된 자동차 밑으로 들어가 식빵을 굽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 고양이에게 한 끼를 대접하기로 했다. 크크큭, 이 작고 귀여운 녀석, 이 새끼고양이용 고등어 주식 맛이나 보거라. 가지고 다니던 것이 고오급 밥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에 쓰레기더미를 뒤졌을 것을 생각하면 이거라도 주는 게 옳을 것이다. 고양이는 내가 밥을 덜어놓고 멀리 눈에 안 띄는 곳으로 가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먹다 좀 흘린 것은 나중에 싹싹 주워 먹었다. 어 그거 좀 지지인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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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 35-100(f/4-5.6) 구입.
내게 망원 화각은 항상 그렇다. 막상 갖고 있으면 의외로 쓸 곳이 흔치 않은데, 없으면 결정적일 때 아쉬운 것. 망원 쪽의 렌즈들은 대개 크고 무겁기 마련이니 갖고 다니기도 쉽지 않고. 나는 또 렌즈 교체하는 것도 귀찮아하는 사람이라 막상 망원 렌즈를 어렵게 들고 나가도 마운트해 놓은 렌즈 하나만 쓰는 경우도 많고. 그런데 그게 문제다. ‘없으면 결정적일 때 아쉬운’ 그 특징. 벚꽃놀이를 가려는데, 망원 렌즈 하나 없이 나가려니 뭐가 좀 많이 허전했다. 그래서 카메라 가게들을 둘러보니, 마침 겉옷 주머니에 대충 넣고 다닐 수 있는 정도의, 아주 작은 몸집을 가진 망원 렌즈 하나가 나와 있길래 샀다. 파나소닉 35-100(f/4-5.6)이었다. 작기는 정말 작다. 들어보면 실소가 나올 정도다. 무게는 고작 135g. 135판 렌즈랑은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