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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아마도. @서울 선유도
‘심판의 날’이 곧 찾아온다면, 그 전조는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서울 선유도에 들렀다. 대체 한강 물이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평소엔 고여있는 것처럼 보이던 것이, 이날은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강폭은 한참 넓어졌다. 둔치를 전부 집어삼킨 탓이다. 한강공원의 나무들은 머리만 물 위로 겨우 내놓고 있었다. 중부권에서 빗발이 약해져 물이 조금 빠졌다는 상태가 이 정도였다. 한강도 하상계수가 큰 강이니 둔치쯤은 물이 불면 잠길 수 있는 지대라고 쳐도, 강변의 주요 도로가 통제와 통행 재개를 반복하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닐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17일부터 8월 11일까지 서울에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12일이 되어서야 겨우 파란 하늘 한 조각을 봤다. 다른 지역이야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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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 연휴의 끝. @선유도 공원
‘정체가 풀릴 시간대’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전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명절 연휴’의 그것이어서, 평소엔 고속버스로 두 시간 사십여 분이면 될 것이 네 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한 편이다. 옛날 같았으면 다섯 시간은 족히 잡았을 터다. 추석 명절을 쇠고 돌아와 보니 여름이 끝나 있었다. 가을 추(秋) 자를 써서 ‘추석’인데 ‘여름의 끝’이라니, 어쩐지 ‘열림교회 닫힘’ 같은 느낌이다. 올 추석이 이례적으로 일렀던 탓이겠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찬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좀 빠르게 걸어도 더는 땀이 나지 않는다. 구름 모양도 한여름의 그것이 아니다. ‘빨간 날’의 끝은 불안, 초조, 후회, 아쉬움과 기타 등등으로 가득 찬다. 휴일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출근할 날’을 걱정하기 시작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그런 부정적 사고의 무게 탓에 월요일만큼이나 버거운 날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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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전화, 노을, 마포대교.
장소의 이름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한국 정부’라고 안 하고 ‘청와대’라고 한다거나, ‘정치계 소식’을 ‘여의도 소식’이라고 한다거나. 마포대교는 불행히도 ‘자살’과 관련이 깊다. 네이버에서 ‘마포대교’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연관검색어가 ‘마포대교 자살’이다. 사람이 빠져 죽으려면야 어떤 다리에서든 가능하겠지만, 굳이 그게 마포대교여야 할 이유는 뭐였을까. 풍문에는 증권가가 즐비한 동여의도에 닿아있는 탓에 투자에 실패한 이들이 자주 뛰어내리곤 했다 하는데, 그 기원이 어떻든 지금은 ‘그냥 그렇게 굳어져서’ 그렇게 불리는 쪽에 가까울 것 같다. 특히 그런 인식이 퍼진 계기라면 모 유명인의 사망 사건이 언급되지 않을 수 없겠으나, 굳이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길이 약 1400m, 상하행 합해 40m가 넘는 폭을 자랑하는 마포대교는 제1한강교(한강대교), 광진교, 제2한강교(양화대교), 제3한강교(한남대교)에 이어 서울에 다섯 번째로 놓인 한강 다리다. 19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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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9. 한강 갈매기
한강에는 갈매기가 산다. 하구 즈음도 아니고 여의도 정도만 가도 그렇다. 하기사, 한강에 수중보가 생기기 전까지는 압구정에서도 밀물과 썰물을 볼 수 있었다고도 하니까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다. 바다에 가까운 곳을 우리는 도심을 관통하는 강줄기 정도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인지부조화겠다. 여의나루역 근처에는 초봄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북적였다. 아직 핀 꽃은 왜 갖다놨는지 모를 조화뿐이었지만, 적당히 따뜻한 햇볕과 적당히 시원(과 쌀쌀의 중간쯤)한 바람이, 역시 봄은 봄이라는 걸 말해줬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정말로 그런 느낌이었다. 갈매기는 왜 새우깡을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 새우깡으로 갈매기들을 불러 모으는 사람이 많았다. 한 조각 공중에 날릴 때마다 수십 마리의 갈매기가 날아들었다. 그러면 사진기를 들고 나온 사람들은 신나서 셔터를 누르고, 또 갈매기 날아드는 게 좀 잦아들면 ‘누가 새우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