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생각 없음’을 생각하다 @북악산, 창덕궁

    처음엔 분명 삼청동 일대를 잠깐 ‘산책’만 하려고 했었다. 그 인근 어디에 올라가면 사람은 별로 없고 전망은 매우 좋다더라, 하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북악산 등산을 하고 있었다. 필름카메라인 캐논 EOS-1을 들고, 여분의 필름은 없이. 이날 나는 한양도성을 따라 산등성이를 걷다가 내려와 성균관대 캠퍼스를 가로질렀고, 다시 창덕궁에 갔다. 나뭇잎들이 울긋불긋했고, 오후 늦은 해가 슬슬 기울어가면서 볕이 노릇노릇해진 것이 퍽 어울렸다. 어제는 또 이랬다. 나는 분명 손톱을 문지를 버퍼(요즘 손톱 정리하는 재미에 빠졌다) 하나만 사려고 올리브영에 들어갔는데, 보다 보니까 마침 섬유향수도 필요했던 것 같고, 얼굴 톤업크림도 있어야 할 것 같고, 해서 이것저것 골라담다 보니 한 바구니를 들고 나온 것이다. 정작 버퍼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버퍼링에 걸리고 만 것이다.…

  •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한여름의 아그파 비스타 200 세 롤.(/w pentax mx, canon eos-1)

    ‘필름 느낌’이라는 것을 잘 모르겠다. 필름으로 찍으면 필름 사진이고 디지털로 찍으면 디지털 사진인 건 알겠는데, ‘필름 느낌’은 뭐고 ‘디지털 느낌’은 또 뭐람. ‘감성’이라는 것도 정말 모르겠다. 어떤 것이 ‘감성적’인 건가? 그럼 ‘감성적’이지 않은 사진은 ‘이성적’인 건가? 이성적? 논리적? 모르겠다. 하여간, 최근에는 많은 사진을 필름으로 담고 있다. 특별히 필름 사진에 대한 애착이 생겨서 그런 건 아니고, 자동slr인 캐논 eos-1을 들이고 나서 필름 한 통 쓰는 게 정말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 카메라는 그냥 디지털로 찍듯이 막 찍어댈 수 있다. 한 컷 감고 한 컷 찍고, 초점은 또 수동으로 맞추고, 이러면서 괜히 또 신중한 척하고(사실은 알못인 주제에),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다. 날이 너무 더워져서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기도 어려운 시절이지만, 그래도 한 번씩 산책은…

  •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지나고 나니 장마철도 ‘좋았던 시절’이 되고 만다(/w EOS-1)

    징그럽게 덥다. 덥다. 뜨겁다. 푹푹 찐다. 숨이 막힌다. 기온이 섭씨 30도를 훌쩍 넘어 고공행진 중이시다. 어제는 한 1만 보쯤을 걸었는데, 햇볕이 좀 덜 따가운 해 질 녘에 걸었는데도 그건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교훈을 얻고 오늘은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역시 에어컨은 인류 문명의 결정체라 하겠다. 문득 한 보름쯤 전과 요즘을 비교해 본다. 비에 젖지만 않으면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아닌가. 기억이라는 건 미화되기 마련이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완벽한 날씨라는 건 세상에 없다. 불어난 물에 잠긴 징검다리의 한쪽 팔 끝 즈음에 앉아서, 그 물이 몰고 오는 서늘한 바람과 이따금 튀어 오르는 물방울을 즐기며 가만히 있었다. 사실 저 때 ‘즐기며’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은…

  • 이것저것 장비 열전

    캐논 EOS-1 구입.

    두어 달 전부터 갑자기 AF 필름카메라 바람이 들었다. 갖고 싶은 마음에 이유는 없다. 그냥 갖고 싶으면 갖고 싶은 것이다. 지름은 그렇게 찾아온다. 그래도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것은 옛날 보도사진들과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들을 보다가 ‘어, 저 사진은 어떤 카메라로 찍었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니콘 F4를 갖고 싶었다. 옛날 시위현장에서 카메라가 F4냐 아니냐로 기자냐 아니냐를 구분했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니, 그 상징성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F4를 보다 보니까, F4의 ‘라이벌’로 등장했다는 캐논 EOS-1에도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마침 캐논 렌즈도 하나 있겠다, 해서 캐논의 이 기념비적 모델을 사게 됐다. 사긴 샀는데, 물건을 받자마자 난관에 봉착했다. 배터리가 2CR5라는, 그다지 흔하지 않은 물건이 필요한 것이다. 헐레벌떡 근처 카메라 가게로 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