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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조] 중랑천에서 바람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기 (/w 원앙, 흰꼬리수리)
번식기가 되면 새들은 좀 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곤 한다. 같은 종의 다른 개체를 만나려면 우선 눈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배웠다. 요샛말로 하면 ‘어그로를 끄는’ 그런 행태인데, 동물의 세계에서 보통은 수컷이 화려함을 담당한다. 조류는 특히 성적 이형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그래서 그냥 보면 ‘이 둘이 같은 종이었어?’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암컷은 무채색에 가까운 깃털로 수수한 차림을 한 반면 수컷은 알록달록 화려한 깃털에 더러는 장식깃까지 갖춘 모습을 보면, 자웅이체 동물의 번식이란 무엇이며 자기 유전자를 남긴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아름다운 게 다 좋은 것은 맞지만. 성적 이형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대표적인 종 중 하나가 원앙이다. 오죽하면 이름을 붙인 고대 사람들도 원(수컷)과 앙(암컷)을 따로 불렀다가 나중에 합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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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눈보라, 점심시간의 설경, 그리고 미끄러짐 @경복궁, 인왕산
솔직히 눈 오면 즐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나이를 먹었어도 똑같다. 한동안 내가 운전해서 다니던 시절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즐거움을 억눌렀지만, 지금은 운전할 일도 없으니 억눌릴 것도 없다. 그냥 즐거워하면 되는 것이다. 야근이 조금 힘들어지기야 하지만, 근데 뭐 그것도 내 상태가 많이 안 좋지 않은 이상은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점심시간이 비교적 길다 보니 눈 오는 날 꽤 근사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그것이 좋은 점이고, 나쁜 점은, 그것이 일요일이나 공휴일이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근데 그게 또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양날의 칼인 것이, 출근을 안 하는 날이면 틀림없이 방구석에서 뒹굴다가 일어나지도 못하고 설경이고 뭐고 즐기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식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냥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산책하는 게 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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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했다고 또 연말 v.2023 (올해의 사진 13선)
이게 사람이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기후 위기를 넘어선 기후 파탄으로 인해 날씨가 지나치게 오락가락해서 그런가, 자꾸 날짜 감각이 없어진다. 옛날에도 삼한사온이라는 게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분명 며칠 전까지는 코트만 입어도 조금만 걸으면 땀이 났는데 갑자기 영하 이십 도를 찍는 한파에 오들오들 떨고, 그렇게 아 겨울이 맞긴 하네 하고 롱패딩을 단단히 여미고 있으면 느닷없이 기온이 또 영상으로 솟고 그러는 게 과연 인간(나)의 계절 인식에 영향을 안 미쳤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다. 12월이 됐네, 하고 잠깐 집-회사 왕복 몇 번 하고 나니까 갑자기 또 연말이라는 것이다. 그 사이에 산타도 왔다 갔다고 하고(나는 모르는 일이다), 회사에서는 송년 및 신년 기획 판이 돌아오고, 아 맞다, 어제는 사무실에서 송년 파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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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썰물 때 저어야 한다 (@시흥 갯골생태공원)
종점까지 한 정거장, 5번 마을버스는 시가지의 끄트머리를 지나려는 참이었다. “여기 내려요?”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내게, 기사님은 다시 한번 물었다. “공원까지 가는 거예요?” 네, 한 음절로 대답하면서 두리번두리번, 버스 안을 살폈다. 승객이 나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챘다. 평일 낮, 그것도 기온이 뚝 떨어진 이런 날에는 역시 그런 편이겠지. 괜히 카메라를 한 번 쥐었다가 놓는다. 얌전히 앉아있는 것 말고는 할 것도 없다. 창밖으로 건물이 사라지고 들판이 나타난다. 아무래도 옷을 잘못 골라 입고 온 것 같다. 종점에서 내리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버스를 타기 전, 도시의 정류장에서 맞은 공기와는 또 다르다. 세찬 바람이 그대로 피부에 날아와 부딪힌다. 코트의 단추를 모조리 잠근다. 모처럼 연차를 쓰고 쉬는 평일의 오후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1930년대 조성된 이래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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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가을 하늘 모음 (@서울 경복궁 광화문, 덕수궁 돈덕전)
한반도에서 매년 가을 쾌청한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땅의 정말 몇 안 되는 지리적 축복 중 하나다. 오죽하면 단군도 이 무렵에 터를 잡고 조선 건국을 선언했겠는가 말이다. 기원전 2333년이면 환경오염도 공해도 없던 시절이니 하늘을 딱 봤을 때의 그 감동은 훨씬 컸을 것 아닌가. 만약 황사 때나 장마 때, 혹은 한겨울의 혹한 때였다면 단군은 필경 한반도는 단념하고 다른 매물을 보러 떠났을 것이다. 고궁 산책에 가릴 날이 있겠냐마는, 요즘은 아주 새파랗게 펼쳐진 가을 하늘과 어우러지는 맛이 또 일품이다. 특히 올해는 9월 26일 덕수궁 돈덕전, 10월 15일 광화문 월대 등 새롭게 복원 개방된 부분들이 있어서 더 새롭다. 서울 사는 사람이라면 시나브로 한 바퀴 둘러 산책할 만하다. 덕수궁 대한문도 그랬지만, 경복궁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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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노을을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w E-m1mk2)
어영부영이라는 단어도 너무 식상하다. 하여간 또 올해도 벌써 4/4분기, 이제는 확실히 ‘가을’이라고 할 만한 계절인데, 해마다 이 시기쯤 되면 연례행사처럼 ‘대체 뭘 했다고…’ 하는 반성인지 후회인지 고해성사인지 모를 그런 생각이 머리 꼭대기에 들어앉는다. 실체화된 무기력이다. 시간은 가역성은 없고 가연성은 있다. 잘못하면 인생도 정신건강도 홀랑 다 태워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평생 나이 생각 안 하고 살 줄 알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안 나오는 나이(주: 최근 은행권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만 34세 이하’로 연령 제한이 걸리기 시작했다)가 되면서, 그러니까 어디 가서 ‘청년’이니 ‘요즘 세대’니 하는 말에 낄 수 없게 되면서 나이를 의식하는 경우가 늘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어떤 서로 다른 정체성들의 경계선에 걸쳐 있으면 의식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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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한 번 안 보고 여름을 보낼 순 없어서 @양평 세미원
취재 부서에 있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게 매일 메모(발제)를 올리는 것이었다. 대충 밑그림은 그려 놓아야 내가 뭘 취재하겠다 계획을 올릴 수 있는데, 천성이 게을러서 계획성도 없고 초짜라서(그런데 연차 쌓인 지금도 딱히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식견도 얕은 내가 딱딱 잘 맞춰서 참신한 아이템을 내놓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던 것이다. 그런 고민을 조금 덜어내는 ‘쌥쌥이’ 중 하나가 달력 정독이다. 해마다 이 시기엔 뭘 하고 이 시기엔 뭘 하고… 하는 반복되는 이벤트나 주제가 있는데, 거기서 생각을 점화하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아이템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년 재작년에 나간 기사를 그대로 복사+붙여넣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정말 지면 낭비, 데이터 낭비다!) 관점이든 사건이든 형식이든 조금이라도 새로운 뭔가를 찾아내려고 애쓰는 것이 기본이다. 우연히라도 겹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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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빙자한 입덕기, 혹은 입덕기를 빙자한 여행기 @수원 화성
아이돌 팬 사이에 ‘생일카페’라는 문화가 있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사실 실제로 가본 적은 없었다. 애초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행사를 찾아간 적이 거의 없는데, 그건 아마도 내 타고난 귀차니즘과 그다지 좋지 않은 체력, 체력보다 조금 더 안 좋은 정신건강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프라인 행사에는 ‘진짜’들이 모일 텐데 내 어중간한 덕심으로 그들 사이에 있을 수 있을까, 그런 걱정도 한몫했고. 그런 모든 문제를 제쳐 두고 꼭 찾아갈 수밖에 없던 아이돌 행사가 있었다. 평소 오프라인에서의 접점이랄 게 없는 버추얼 아이돌의 정말 귀한 오프라인 행사였고, 그간 구할 수 없던 공식 굿즈(당연함. 공식 굿즈를 발매한 적이 없음)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더군다나 아이돌 본인이 본인 생일 기념으로 팬을 위해 사비를 털어 연 행사라니. 이건 가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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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연못 물과 빵빵 찐 동물 털 @창덕궁 후원&창경궁
‘누가 봐도 좋은 기회’는 이미 누가 봤기 때문에 더는 ‘좋은 기회’가 아니다. ‘나만 아는 좋은 것’은 웬만해선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아주 호불호가 갈리는 게 아닌 이상(예를 들면 내가 매우 좋아하는 파인애플피자) 대체로 내게 좋은 것이 남에게도 좋고, 남에게 좋은 것이 내게도 좋기 때문이다. 이런 명제는 장소에도 곧잘 적용되는데, ‘명소’가 괜히 명소인 게 아니라는 것을 늘 새롭게 깨달아가고 있다. 창덕궁에는 자주 갔지만, 창덕궁 안에 있는 후원에는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내가 가려고 할 때마다 늘 이미 관람 가능 인원이 다 차서 입장권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월의 마지막 금요일, 이번에도 후원까지 가볼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애초 가려고 했던 곳도 창덕궁이 아니라 창경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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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3. 새해, 길지는 않았던 연휴를 보내고
남들보다 하루 먼저 연휴에 돌입했다. 덕분에 임인년의 마지막을 약간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었는데, 일상 복귀도 역시 남들보다 하루 빠른 탓에 새해의 출발은 다소 허둥지둥이다. 어라, 생각해 보니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명절 연휴 대체공휴일이 생긴 지가 몇 년 안 됐으니(2013년 11월에 도입), 주말이 겹쳐도 딱 3일 정해진 날짜만 쉬고 끝나던 기억을 끄집어내면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노동자 입장에서야 더 쉬면 당연히 더 좋다. 말할 것도 없다. 체력이 떨어져선지, KTX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무궁화호 열차에서 상하행 도합 일곱 시간을 보낸 게 은근히 피곤했던 모양이다. 서울로 돌아와서 한 첫 번째 행동은 자빠져서 자는 것이었고, 그다음엔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밀린 빨래를 했다. 그치만… 나는 아직 믿을 수가 없다. 연휴를 보내줄 마음의 준비가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