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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바다를 보면
‘새만금’이라는 이름을 보면 언제나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현대사를 통틀어 내내 소외당해 변변한 산업 기반도 없이 살다 굴러떨어진 사탕발림 하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전북의 어떤 ‘한’이다. 또 하나는 그로 인해 발생한, 또 앞으로 발생할 엄청난 환경적 비용이다. 방조제가 완공된 지도 한참 됐고 이제 내부개발이 이뤄지는 마당이라 이를 되돌린다거나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 이제 선택할 수 있는 건 ‘잘’, ‘조화롭게’ 완성해 가자는 어떤 교과서적인 선택지뿐이겠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극히 개인적인 한 가지를 붙인다면, ‘바다’가 생각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라는 것. 퇴사를 결심하고 제일 먼저 찾은 곳도 새만금방조제였고, 전북을 떠날 준비를 마칠 때 찾은 곳도 여기였다. 상괭이가 몇 마리가 죽었다느니, 갯벌이 썩어간다느니, 방조제 안쪽의 수질이 나빠졌다느니 하는 환경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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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오륙년 묵은 기억, 전주 우아주공1차아파트.
도시는 언제나 일일신우일신. 날로 새로워지고, 또 새로워진다. 내가 딛고 선 이 자리에는 벌써 수천 년, 수만 년, 그 이상의 시간이 겹쳐 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실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변하는 건 강산이 아니다. 풍경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많고 활기가 있는 도시일수록 그런 변화는 더욱 빠르고, 더욱 힘차다. 이제는 흔한 단어가 되어버린 ‘젠트리피케이션’을 생각한다. 딱히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의미도 아닌, 그냥 ‘현상’으로서의 그것을. 땅은 한정적이고, 세월은 흐르며, 사람도 사람의 생활 양태도 변한다. 건축물은 낡으면 위험해지고, 도로나 철도는 좁고 굽은 채로 두면 제 기능을 못 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재건축이라는 것도 결국 그렇다. 오래된 아파트가 헐리고 그 자리에 새 건물이 지어지는 것은, 그 도시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낡은 채로 세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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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3. “일단 됐고 뭐라도 써라”
사람이 이렇게 모순적이다. 5년 가까이를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살았고, 아마도 앞으로도 글 쓰는 일을 하면서 살 확률이 높은 사람이, 평소에는 글 쓰는 게 이렇게 싫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싫다기보단 ‘굳이 써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거나 ‘귀찮다’에 가깝다. 왤까? 그냥 인생이 귀찮은 사람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 9월의 첫 번째 책으로 곽재식 작가의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를 읽었다. 주로 ‘이야기’를 쓰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지만, 그쪽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글이라도 일정한 흐름을 가진 것이라면, 그것은 결국 ‘이야기’가 된다. 자기소개서가 됐든, 기사가 됐든, 보고서가 됐든 간에 말이다. 그러니까 이건 결국은 거의 모든 종류의 글쓰기 자체에 관한 내용이다. 사실 쓰려고 생각만 해놨다가, 혹은 도입 부분(가령 인사말이라거나)만 써놓고는 더 나아가지를 못해서 동결시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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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1. 물이 많이 불었다.
바깥은 번쩍번쩍하고, 쏴아 하고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고, 또 이따금 꽈광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쨌든 잘 자고 있었는데, 새벽 네 시쯤이었을 것이다. 삐이익 하는 익숙한 소리가 머리맡에서 들렸다. 재난알림문자였다. 폭우로 큰 피해가 우려되니 주의하라던가 뭐라던가. 비몽사몽간이라 자세히 읽지는 못하고 알림을 끄고 다시 누웠다. 그 뒤로 두 번인가 더 알림이 왔다. 아침에는 분명히 깨 있었는데, 누워서 꾸물대다가 다시 잠들었다. 꿈속의 꿈속의 꿈까지 들어가는 요상한 꿈속을 헤매고 깨니 어쩐지 굉장히 지치는 느낌이었다. 덥지도 않은 날씨에 땀이 좀 났던 것 같다. 요즘은 꿈이 참 선명하다. 꿈이 선명하다 보면, 일하는 꿈을 꾸면 실제로 일을 한 것처럼, 뛰는 꿈을 꾸면 실제로 뛴 것처럼 피곤하다. 의학적으로 실제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기분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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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6. 산책 중에 고양이 만남.
그러니까 이 사진을 찍던 날이었다. 지나간 태풍 ‘솔릭’이 발자국처럼 남겨놓은 구름들이 저녁 햇빛을 받아 뻘겋게 빛나던, 한여름의 열은 살짝 식고 그 틈으로 초가을의 것으로 봐도 무방할 선선한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그러니까, 정말로 오랜만에 ‘산책하기 좋은 날’이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산책을 하면 우리는 고양이를 만날 수가 있다. 바로 이 말입니다. 해는 곧 지고,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가지고 있던 카메라의 감도를 25600까지 올렸다. 노이즈 감소 기능이 작동하면서 마치 아지랑이처럼 밀린 화면 속에는 그러나 고양이의 안광이 선명했다.(사실 옆에서 휴대폰 플래시를 비춘 것이다) 사람을 별로 경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 이 작은 고양이는 간식 한 봉을 뚝딱 해치우고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귀엽군요… E-m1의 고감도 성능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다. 산책을 생활화해야 하겠다. 왜냐하면 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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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바닷바람은 선선하네(/w dji spark)
즉, 그런 거다. 아아- 덧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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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F-1(과 FD 35-70 렌즈)을 뽑았습니다.
말 그대로 ‘뽑았’습니다. 3000원 주고 뽑았는데 이 세트가 나왔네요 ㅎㅎㅎ 대박대박 은 이런 가챠 모형입니다. 캐논 F-1은 니콘의 F2, 펜탁스의 LX와 함께 70년대를 풍미했던 플래그십 SLR 카메라입니다. 이 시절은 수동초점 SLR 경쟁이 정점에 달한 때였죠. F-1은 35mm 카메라 치고는 덩치가 꽤 컸는데, 그만큼 성능과 신뢰성이 뛰어났다고 하네요. 이 기종에 이어서 AE-1까지 대박을 터뜨리면서 캐논은 나름대로 카메라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는데, 80년대 들어서는 고전을 하다가 결국 80년대 후반에 마운트를 EOS로 전면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며 반전에 성공하게 됩니다. 동봉된 간단한 설명서에는 F-1과 FD 35-70 렌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일본어로) 대충 F-1은 ‘1971년 3월에 발매됐고 당시 최고급 SLR 기종이었으며 사진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은 명기였다’, FD 35-70 렌즈는 ‘1973년 12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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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아그파 비스타 200 세 롤.(/w pentax mx, canon eos-1)
‘필름 느낌’이라는 것을 잘 모르겠다. 필름으로 찍으면 필름 사진이고 디지털로 찍으면 디지털 사진인 건 알겠는데, ‘필름 느낌’은 뭐고 ‘디지털 느낌’은 또 뭐람. ‘감성’이라는 것도 정말 모르겠다. 어떤 것이 ‘감성적’인 건가? 그럼 ‘감성적’이지 않은 사진은 ‘이성적’인 건가? 이성적? 논리적? 모르겠다. 하여간, 최근에는 많은 사진을 필름으로 담고 있다. 특별히 필름 사진에 대한 애착이 생겨서 그런 건 아니고, 자동slr인 캐논 eos-1을 들이고 나서 필름 한 통 쓰는 게 정말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 카메라는 그냥 디지털로 찍듯이 막 찍어댈 수 있다. 한 컷 감고 한 컷 찍고, 초점은 또 수동으로 맞추고, 이러면서 괜히 또 신중한 척하고(사실은 알못인 주제에),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다. 날이 너무 더워져서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기도 어려운 시절이지만, 그래도 한 번씩 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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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니 장마철도 ‘좋았던 시절’이 되고 만다(/w EOS-1)
징그럽게 덥다. 덥다. 뜨겁다. 푹푹 찐다. 숨이 막힌다. 기온이 섭씨 30도를 훌쩍 넘어 고공행진 중이시다. 어제는 한 1만 보쯤을 걸었는데, 햇볕이 좀 덜 따가운 해 질 녘에 걸었는데도 그건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교훈을 얻고 오늘은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역시 에어컨은 인류 문명의 결정체라 하겠다. 문득 한 보름쯤 전과 요즘을 비교해 본다. 비에 젖지만 않으면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아닌가. 기억이라는 건 미화되기 마련이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완벽한 날씨라는 건 세상에 없다. 불어난 물에 잠긴 징검다리의 한쪽 팔 끝 즈음에 앉아서, 그 물이 몰고 오는 서늘한 바람과 이따금 튀어 오르는 물방울을 즐기며 가만히 있었다. 사실 저 때 ‘즐기며’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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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EOS-1 구입.
두어 달 전부터 갑자기 AF 필름카메라 바람이 들었다. 갖고 싶은 마음에 이유는 없다. 그냥 갖고 싶으면 갖고 싶은 것이다. 지름은 그렇게 찾아온다. 그래도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것은 옛날 보도사진들과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들을 보다가 ‘어, 저 사진은 어떤 카메라로 찍었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니콘 F4를 갖고 싶었다. 옛날 시위현장에서 카메라가 F4냐 아니냐로 기자냐 아니냐를 구분했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니, 그 상징성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F4를 보다 보니까, F4의 ‘라이벌’로 등장했다는 캐논 EOS-1에도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마침 캐논 렌즈도 하나 있겠다, 해서 캐논의 이 기념비적 모델을 사게 됐다. 사긴 샀는데, 물건을 받자마자 난관에 봉착했다. 배터리가 2CR5라는, 그다지 흔하지 않은 물건이 필요한 것이다. 헐레벌떡 근처 카메라 가게로 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