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저어한 마음에 @인천 정서진

그저 저어한 마음에 @인천 정서진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연휴에 붙여 휴가를 하루 쓰게 됐다. 늘 그랬듯이, 무슨 계획이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2주 동안의 주 4일제 베타테스트로 주간 노동시간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그런데도 해소되지 않은 거대하고 무거운 피로 때문에, 그저 하루쯤 더 쉬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10월 12일이었다. 센서에 먼지가 붙어서 조리개 조여 사진 찍을 때마다 신경이 쓰이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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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간이역에 가야 한다 @서울 경춘선 숲길&화랑대역

비 오는 날이면 간이역에 가야 한다 @서울 경춘선 숲길&화랑대역

어떤 노랫말은 사료로서 가치가 있다. 자주 들르던 동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매장 내 배경음악으로 늘 동요가 흘러나왔다. 그중에서 ‘숫자송’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일! 일 초라도 안 보이면 이! 이렇게 초조한데 (중략) 오! 오늘은 말할 거야 육십억 지구에서 널 만난 건… (이하 생략) 전 세계 인구가 60억 명을 돌파한 것이 1999년의 일이고, 이 노래가 나온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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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보며 내려다보임을 준비하다 @고양 행주산성

내려다보며 내려다보임을 준비하다 @고양 행주산성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었나? 대개 이런 말을 “그러니까 노력하자!”라는 문장을 뒤에 숨긴 채 하던데, 사실 이 ‘높이 난다’는 것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타고나는 것에 가깝다. 수천km씩 이동해야 하는 철새와 그렇게까지 이동할 필요는 없는 텃새의 비행능력이 같을 수 없고, 기류만 타고서도 높이 또 멀리 날 수 있는 큰 새와 날갯짓을 쉴 수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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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디 늙은 카메라의 마지막 필름 한 롤 /w Fujica 35-SE

늙디 늙은 카메라의 마지막 필름 한 롤 /w Fujica 35-SE

뷰파인더가 만들어 보여주는 상, 렌즈의 초점을 조절하면 따라 움직이는 뷰파인더 내 이중상, 왼손으로 조작하는 조리개 링의 탁탁 끊어지는 맛, 한 컷 한 컷 찍을 때마다 젖히는 필름 감기 레버의 장력, 필름실 뚜껑 틈새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필름 특유의 그 냄새, 그리고 셔터가 닫히고 열리는 기계적 움직임이 만드는 자연스러운 소리까지. 폰카가 흉내 내지 못하는 그 경험이야말로 ‘겉멋’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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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만으로 고래를 춤추게 할 수는 없지만 /w Todo mate

칭찬만으로 고래를 춤추게 할 수는 없지만 /w Todo mate

늘 ‘장기적 안목’ 같은 표현을 접하는 일상이지만, 그게 ‘내 일’이 되면 할 말이 없어지곤 한다. 천성이 주의가 산만하고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며 뚝심도 딱히 없는데 거기에 더해 조급증도 심하다 보니, 무슨 계획을 세워서 진득허니 밀고 나가지를 못한다. 어찌어찌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그걸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워낙 잘 알다 보니 좀 커서는 ‘지키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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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된 오래, 유효기간은 n년 /w 소니 QX10

미래된 오래, 유효기간은 n년 /w 소니 QX10

청계천에 백로가 산다. 점심때면 쇠백로 한 마리와 왜가리 한 마리가 물길 시작지점 가까이, 그러니까 소라기둥 있는 광장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곤 한다. 물론 매일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찾아가면 매우 높은 확률로 만날 수 있다. 청계천에 사는 큰 새들은 왠지 사람 시선을 즐기는 듯하다. 거의 손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까지 접근해서는 나 좀 보라는 듯 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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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수칙 지켰니? 이제 백신 주사를 맞자

방역수칙 지켰니? 이제 백신 주사를 맞자

노력 없이 뭘 잘 주워 먹는 편이다. 명절 기차표를 딱히 힘들이지 않고 예매한다든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스펙 가지고도 신기하게 경력 공백기 없이 잘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든가, 딱히 열심히 공부한 것도 아닌 과목에서 뜬금없이 성적을 잘 받는다든가, 하는 식이다.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나 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알고 살아간다고 하는데, 내 경우는 경기장 규격이 남들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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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쁨과 슬픔: 일요일의 궁궐 산책과 밀린 일기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 일요일의 궁궐 산책과 밀린 일기

취재기자 시절, 선배들은 종종 이런 말을 했다. “기자라는 직업은 정말 좋은 직업이다, 단, 기사만 안 쓰면.” 누구라도 만나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어디라도 돌아다니고 체험할 수 있는 ‘직업’이 또 어디 있겠냐는, 그렇지만 기사를 쓰는 것은 늘 힘들다는, 그런 얘기. 물론 그땐 ‘무슨 선배들이 후배 앞에서 그런 얘기를 다 한담?’ 했지만, 그리고 그때는 기사 쓰는 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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