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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랑 놀기: 셔터속도와 심령사진에 관하여
카메라, 그러니까 ‘사진기’는 참 매력적인 기계입니다. ‘기계’라는 것은 사실을 말한 것이고, ‘매력적’이라는 것은 제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진은 카메라와 함께 태어났습니다. ‘사진’이라는 말은 원래 그림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개념의 ‘사진’은 1839년 다게레오타입이 나오기 전엔 존재하지 않았죠. ‘카메라’라고 하는 특별한 장치가 없이는 ‘사진’이라는 결과물을 낼 수 없다는 점, 거기서 카메라라는 ‘기계’가 지닌 특별한 속성이 드러난다 하겠습니다. 하여간, 사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사진 찍는 기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이 기계에 대해서 알면 살면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죠. 딱히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건 글 쓰는 사람의 영역이 아닙니다. 오늘은 셔터속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사진=시간의 한 조각 흔히 사진을 ‘찰나의 예술’이라고들 표현하는데,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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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만 준비하시고, 쏘세요. /w Zeiss Ikon Contessa LKE
노출계가 없다고 해서 사진을 못 찍는 건 아니지만, 분명 적정노출을 잡는 데 실패하는 비율이 높아지기는 할 것이다. 자이스 이콘 콘테사 LKE 카메라는 셀레늄식 내장 노출계를 갖춘 모델이지만, 내가 산 물건은 노출계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처음엔 어느 정도 보정해서 쓸 수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그게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도 요즘은 빛을 세심하게 제어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외장 노출계를 따로 살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다. 스마트폰용 노출계 어플리케이션이 있으니까. 어떤 앱이 좋냐면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일단 내가 쓰는 것은 pocket light meter라는 앱(iOS용)이다. 대체로 기능이며 디자인은 대동소이한 것 같다. 휴대폰을 꺼내 노출을 재는 일이 번거롭긴 하지만, 그걸 컷마다 할 필요는 없다. 낮에 야외에서라면 전체적인 밝기가 변화무쌍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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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을 넘긴 예쁜 카메라를 샀다. /w Zeiss Ikon Contessa LKE
업사이클 카메라 현상 결과물을 보고 나니까, 괜히 또 필름사진에 꽂혔다. 펜탁스 MX는 친구에게 팔았고, 가진 필름 카메라는 캐논 EOS-1뿐인데, 가지고 나가서 돌아다니다 보니까 이건 너무 크고 무거웠다. 본체도 무거운 편이지만 가진 렌즈가 28-75mm 줌렌즈 하나뿐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50mm나 40mm 단렌즈가 있었다면 좀 달랐을 수도 있겠다. 하여간 장비는 다양하게 갖춰놓는 게 좋구나, 하는 생각을 또 하게 됐다. 작고 가벼운 일상용 필름카메라. 역시 그게 필요했다. 조건을 적어보니까 대충 이 정도였다. 추려놓고 보니까 저기에 들어맞는 모델이 참 드물었다. 제일 맞추기 어려운 게 예산 부분이었는데, 예산이 충분하면야 콘탁스 G2, 콘탁스 T3, 미놀타 TC-1 같은 걸 지르면 그만이었겠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으니 문제. 하이매틱 시리즈나 야시카 일렉트로 같은 것은 내 기준엔 안 예뻐서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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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음’을 생각하다 @북악산, 창덕궁
처음엔 분명 삼청동 일대를 잠깐 ‘산책’만 하려고 했었다. 그 인근 어디에 올라가면 사람은 별로 없고 전망은 매우 좋다더라, 하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북악산 등산을 하고 있었다. 필름카메라인 캐논 EOS-1을 들고, 여분의 필름은 없이. 이날 나는 한양도성을 따라 산등성이를 걷다가 내려와 성균관대 캠퍼스를 가로질렀고, 다시 창덕궁에 갔다. 나뭇잎들이 울긋불긋했고, 오후 늦은 해가 슬슬 기울어가면서 볕이 노릇노릇해진 것이 퍽 어울렸다. 어제는 또 이랬다. 나는 분명 손톱을 문지를 버퍼(요즘 손톱 정리하는 재미에 빠졌다) 하나만 사려고 올리브영에 들어갔는데, 보다 보니까 마침 섬유향수도 필요했던 것 같고, 얼굴 톤업크림도 있어야 할 것 같고, 해서 이것저것 골라담다 보니 한 바구니를 들고 나온 것이다. 정작 버퍼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버퍼링에 걸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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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사진 36연차를 돌려보세요. /w 필름로그 업사이클 카메라
2000년대 초반에는 ‘필카’라는 말이 따로 없었다. ‘카메라’라고 하면 대개 ‘필름카메라’를 가리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는 특별히 ‘디지털카메라’나 ‘디카’라고 불렀다. ‘카메라 달린 휴대폰’이 보편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렇게 보급된 ‘폰카’의 성능이라는 것도 조악하기 짝이 없던 시절이었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쓰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방학 과제 때에도, 수학여행 때에도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썼다. 그땐 ‘셀카’라는 단어도 못 들어봤던 것 같다. 자기 얼굴 사진이 필요하면 근처 PC방에 가 ‘하두리’ 캠을 이용하는 게 당연했던 시절 얘기다.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 사진용 필름을 팔지 않기 시작하더니, 동네 사진관도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남은 사진관도 필름 현상에서 손을 떼는 경우가 늘어났다. 아그파는 망했고, 코닥도 파산했다. 그러는 사이에 일회용 필름카메라도 그냥 ‘옛날이야기’ 속 물건이 됐다. 그러다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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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기간 13년의 ‘제국’을 생각함 @덕수궁
서울에 남아있는 조선 시대 궁궐을 보면, 이곳이 한 나라의 왕이 기거하던 관저이자 국정이 이뤄지던 중앙 관청 역할을 했던 곳이라기엔 지나치게 작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제일 심한 게 숭정전과 태령전 정도만 덜렁 있는 경희궁인데, 그렇게 된 이유야 물론 일제강점기 때 무자비한 훼손이 이뤄진 탓이다. ‘기구한 운명’이라는 면에서 따지자면 (사실 조선 시대 어느 궁궐이 안 그랬겠냐만은)덕수궁도 물론 만만치 않다. 월산대군의 집터에서 시작해 임진왜란 때 잠시 피난처로 쓰이다가 대한제국 선포 무렵에야 제대로 된 ‘궁궐’로 거듭났지만 1904년에 불이 나서 다 소실되고 재건되었다가 1910년 국권 피탈 이후 여기저기가 뜯어져 나갔다. 대한문은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신세였고, 중화문은 좌우 행각을 잃어버린 채 혼자 덜렁 서 있다. 건물 양식도 중구난방이어서, 어떤 것은 일반적인 조선 궁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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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 연휴의 끝. @선유도 공원
‘정체가 풀릴 시간대’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전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명절 연휴’의 그것이어서, 평소엔 고속버스로 두 시간 사십여 분이면 될 것이 네 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한 편이다. 옛날 같았으면 다섯 시간은 족히 잡았을 터다. 추석 명절을 쇠고 돌아와 보니 여름이 끝나 있었다. 가을 추(秋) 자를 써서 ‘추석’인데 ‘여름의 끝’이라니, 어쩐지 ‘열림교회 닫힘’ 같은 느낌이다. 올 추석이 이례적으로 일렀던 탓이겠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찬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좀 빠르게 걸어도 더는 땀이 나지 않는다. 구름 모양도 한여름의 그것이 아니다. ‘빨간 날’의 끝은 불안, 초조, 후회, 아쉬움과 기타 등등으로 가득 찬다. 휴일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출근할 날’을 걱정하기 시작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그런 부정적 사고의 무게 탓에 월요일만큼이나 버거운 날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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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전화, 노을, 마포대교.
장소의 이름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한국 정부’라고 안 하고 ‘청와대’라고 한다거나, ‘정치계 소식’을 ‘여의도 소식’이라고 한다거나. 마포대교는 불행히도 ‘자살’과 관련이 깊다. 네이버에서 ‘마포대교’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연관검색어가 ‘마포대교 자살’이다. 사람이 빠져 죽으려면야 어떤 다리에서든 가능하겠지만, 굳이 그게 마포대교여야 할 이유는 뭐였을까. 풍문에는 증권가가 즐비한 동여의도에 닿아있는 탓에 투자에 실패한 이들이 자주 뛰어내리곤 했다 하는데, 그 기원이 어떻든 지금은 ‘그냥 그렇게 굳어져서’ 그렇게 불리는 쪽에 가까울 것 같다. 특히 그런 인식이 퍼진 계기라면 모 유명인의 사망 사건이 언급되지 않을 수 없겠으나, 굳이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길이 약 1400m, 상하행 합해 40m가 넘는 폭을 자랑하는 마포대교는 제1한강교(한강대교), 광진교, 제2한강교(양화대교), 제3한강교(한남대교)에 이어 서울에 다섯 번째로 놓인 한강 다리다. 19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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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성은 고양이가 점령했다. @지구별고양이
고양이를 비롯한 털 달린 동물들의 ‘귀여움’을 한참 즐기다 보면, ‘귀여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대체로 ‘귀여움’은 ‘무해한 대상’에게 느끼기 마련이다. 아기는 내게 치명적인 해를 줄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귀여운’ 캐릭터들은 아기와 많은 특성을 공유한다. 눈이 크고, 몸이 통통하며,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무해한)행동을 한다. 반려동물들이 인간 아기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하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 포유류 동물 사이에서는 ‘귀여움’의 이미지가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어쩌면 ‘귀여움’이라는 것은 ‘무해함’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그런데 생각을 확장하다 보면, ‘귀여움’의 이미지가 어디까지 공유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도 던져보게 된다. 이를테면 고양잇과 동물은 야생에서는 사냥꾼이자 포식자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뛰어난 동체시력과 날렵한 몸놀림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동시에 고양잇과 동물들은 대체로 ‘귀엽다’. 물론 이것은 주관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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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과 낮바다, 여수, 여천, 여수EXPO.
영등포에서 외대로 통학하던 시절, 구태여 중간에 중앙선 열차로 갈아탔다가 내리곤 했다. 그냥 1호선 타고 쭉 가기만 하면 되는데도 불필요한 환승 두 번을 집어넣은 것이다. 지금 다시 하라면 아마 안 할 테지만, 그땐 그 길이 좋았다. 용산역에서 출발(당시엔 경의선이 중앙선과 연결돼 있지 않았다)하는 기분도 좋았고, 거꾸로 용산역에 종착하는 느낌도 좋았다. 지금은 들을 수 없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깔리면서 시작되는 “이번 역은 우리 열차의 마지막 역인 용산, 용산역입니다…” 하는 안내방송도. 반드시 내려야만 하는 수고로움도 하나의 매력이었다. 종착역과 시발역은 특별하다. 더 많이 불리고, 더 깊이 기억에 박힌다. 전라선의 끝, 또는 시작, 여수에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라선 철도의 시종점인 동시에, 내게는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첫 번째 장이기도 하다. 여름휴가 기간에 여수로 짧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