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너를 봤다, 까치야 @서울 일원

몰랐던 너를 봤다, 까치야 @서울 일원

대학생 때, 과제를 할부로 하는 습관이 있었다. 제출해야 하는 날까지 하루에 해야 할 양을 계산해서 매일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다. 영어 원서를 읽고 번역해야 한다면 하루에 몇 페이지씩, 무슨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면 하루에 슬라이드 몇 개, 디자인과 스크립트 넣는 시간은 별도, 뭐 이런 식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시절, 나를 천천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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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어떤 시대의 산책 @서울 불광천

기약 없는 어떤 시대의 산책 @서울 불광천

아마 내가 정확히 1년 전으로 돌아가서 ‘1년 전의 나’에게 한 해 동안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해주면, 분명 ‘별 시답잖은 헛소리나 하고 있네’ 했겠지. 겨울은 추위다운 추위도 없이 지나가더니 여름엔 장마가 54일 동안이나 이어지며, 4월 총선에선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추태가 등장하고 그런 경쟁 끝에 여당이 무려 176석을 가져가고,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괴이한 전염병이 전 세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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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아마도. @서울 선유도

변화는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아마도. @서울 선유도

‘심판의 날’이 곧 찾아온다면, 그 전조는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서울 선유도에 들렀다. 대체 한강 물이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평소엔 고여있는 것처럼 보이던 것이, 이날은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강폭은 한참 넓어졌다. 둔치를 전부 집어삼킨 탓이다. 한강공원의 나무들은 머리만 물 위로 겨우 내놓고 있었다. 중부권에서 빗발이 약해져 물이 조금 빠졌다는 상태가 이 정도였다. 한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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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완료. 연못 한가득, 올해의 연꽃 향기 @전주 덕진공원

숙제 완료. 연못 한가득, 올해의 연꽃 향기 @전주 덕진공원

등줄기로 굵은 땀방울이 도로록 굴러 떨어진다. 짙은 구름이 해를 가려서 뜨겁지는 않지만, 이런 날이 더 더울 수도 있다. 직화로 구워지느냐, 수비드로 천천히 익느냐, 그 차이일 뿐이다. 6월 말에 피기 시작하는 연꽃은, 이런 날을 감당할 수 있어야만 볼 수 있다. 그 정도 수고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연이 뭐 사람에게 보여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전주 덕진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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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띄운 카메라, 제주 바다를 내려다보다 /w DJI Spark

하늘에 띄운 카메라, 제주 바다를 내려다보다 /w DJI Spark

자세히 보아야 예쁜 줄 아는 것이 있고, 멀리서 관조해야 참맛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도 멀리서 보면 희극일 수 있는 것이고. 촬영용 드론이 대중화된 것도 이제 꽤 오래된 일이지만, 여전히 드론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새롭고 신기하다. 지상으로부터 단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저공에서도 그렇다. 제주도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여름휴가 명목이다. 장마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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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천 애기오리 관찰기 네 번째. /w 올림푸스 40-150 pro

불광천 애기오리 관찰기 네 번째. /w 올림푸스 40-150 pro

서른이 넘어도 ‘새끼’, 환갑이 다 돼도 ‘아가’로 불리는 경우가 있다. 독립 여부와는 관계가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냥 자식이면 언제나 ‘새끼’고 ‘아가’인 모부가 있는 것이다. 반려묘는 성묘가 되고 묘르신이 되어도 언제나 ‘와기고영’이다. 내가 키운 모든 것이 ‘내 새끼’고, 시간이 흘러도 그것은 잘 바뀌지 않는다. 물론 마음이 변하는 경우도 있고 애초에 그다지 애정이 없는 경우도 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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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밟고 돌아가자: 제주도 걷기 (2)

돌을 밟고 돌아가자: 제주도 걷기 (2)

[1편에 이어] 육당 최남선(일본 제국주의 부역자)은 유명한 시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에서 이렇게 썼다.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따린다, 부슨다, 문허 바린다. 태산 갓흔 놉흔 뫼, 딥턔 갓흔 바위ㅅ 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디 하면서, 따린다, 부슨다, 문허 바린다.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어쩐지 “철썩”보다는 “텨얼썩”이라고 쓰고 읽는 쪽이 파도소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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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도 털갈이를 한다. @인천 정서진

인간의 마음도 털갈이를 한다. @인천 정서진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 문화는 언제 생긴 걸까? 뉴스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사는 1990년 매일경제신문 보도인데, 문맥으로 보면 이미 이 시점에도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 잡은 상태였던 것 같다. 새우깡이 1971년에 세상에 나왔으니까 그 이후이긴 할 것 같은데, ‘사람도 굶는 마당에 갈매기한테 귀한 과자를 준다’는 식으로 일침을 놓는 기사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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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밟고 돌아가자: 제주도 걷기 (1)

돌을 밟고 돌아가자: 제주도 걷기 (1)

예매할 때만 해도 쿠팡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별생각 없이 표를 사놓고선 뉴스를 보며 ‘어 이거 설마 취소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과 싸워야 했지만, 다행히도 비행기가 결항할 정도의 심각한 사태로 번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여간,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비행기를 탈 수 없다. 모든 탑승객에 대해 열화상카메라로 발열검사를 하는데, 거리 두기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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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천 애기오리 관찰기 세 번째. /w 올림푸스 40-150 pro

불광천 애기오리 관찰기 세 번째. /w 올림푸스 40-150 pro

두 번째 관찰기에서 어린 오리들의 안위를 걱정했지만, 다행히 이 오리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냥 다시 만난 게 아니라,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이었다. 이날 두 집단을 만났는데, 한 집단은 이제 정말 어미와 새끼를 구분하기 어렵게 됐고, 다른 한 집단은 그래도 아직 새끼는 새끼여서 날개를 보면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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