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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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천 애기오리 관찰기 두 번째. /w 올림푸스 40-150 pro
불광천 애기오리들에 대한 첫 번째 관찰기를 올리고 나서 또 며칠이 지났다. 고 며칠 새 날씨는 비발디의 <사계>를 한꺼번에 몰아 듣는 듯한 느낌으로 봄, 여름, 가을을 넘나들었다. 눈이 안 왔기에 망정이지. 일요일이었던 17일은 ‘여름’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려니 이거 한여름 되면 큰일 나겠다 싶을 정도였다. 불광천에는 제법 어른과 같은 외양을 갖춘 새끼오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숭부숭하던 솜털이 어느새 깃털로 바뀌어 있었고, 몸집도 제 어미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가 됐다. 물론 외양으로만 그렇고, 날개는 아직도 아기 때의 그것이다. 활개를 칠 때마다 아직 다 크려면 좀 더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바위’도 못 되는 돌 위에 올라가려고 점프를 몇 번을 시도하고 버둥거린 아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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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천 애기오리 관찰기 /w 올림푸스 40-150 pro
해마다 4~5월쯤 되면 불광천에 아기오리들이 출현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벚꽃과 함께 불광천의 봄을 알리는 양대 전령사인 셈이다. 어미오리들이 어디에 알을 낳았는지, 새끼들이 어디서 부화했는지는 알 수 없다. 둥지가 하천 주변의 풀숲 어딘가에 있으리라는 막연한 추측만 할 뿐이다.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 좋을 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호기심은 접기로 했다. 그건 철저히 개압(鴨)정보의 영역일 것이다. 천변엔 야생조류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는데도 가끔 빵쪼가리를 떼어 던져주는 이가 보이긴 하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그냥 먼발치에서 구경하다 가곤 한다. 이 청둥오리들은 그냥 그렇게 ‘불광천 풍경의 일부’가 돼 있다. 아마 다른 하천의 오리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테지만, 이 오리들은 사람을 특별히 경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사람 손을 탄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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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현재, 삶은 미래. @조계사
이번 코로나19(COVID-19) 확산 과정에서 ‘종교’의 영향을 빼놓을 수는 없다. 2월 하순의 폭발적인 확산세는 신천지 대구교회에서의 예배활동이 결정적이었고, 3월 산발적 집단감염의 이면엔 현장예배를 강행한 일부 개신교회의 문제가 있었다. 이란에서는 무슬림들의 성지 순례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고도 한다.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세계는 유례없는 종교행사 셧다운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아무도 없는 성 베드로 성당에서 홀로 미사를 집전하는 교황의 모습에서는 숙연함이 느껴졌다. 한국전쟁 중에도 계속됐다던 천주교 미사가 중단됐고, 불교계도 법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다들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기야, 온 국토가 유린당하던 여몽전쟁의 한복판에서도 팔만대장경을 장장 15년에 걸쳐 새겼던 역사도 있으니. 매년 사월 초파일을 앞두고 불교계 최대의 기념일인 석가탄신일(부처님오신날) 행사가 치러진다. 절마다 색색깔의 연등을 공중에 매다는데, 그 아래 서서 햇볕을 등에 짊어진 연등의 빛깔을 보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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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 렌즈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 새 사진 찍기 /w 올림푸스 40-150 pro
올림푸스 40-150 pro 렌즈를 들인 뒤로, 나는 아무래도 망원 쪽 화각을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광각은 구도를 짜기가 어렵고, 표준은 내 실력 선에선 너무 밋밋하다. 그러니 동물이든 꽃이든 풍경이든 당겨 찍을 수 있는 망원 쪽으로 손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털 달린 귀여운 존재들을 매우 좋아하며, 이 존재들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소재가 마를 일도 없다. 40-150 pro 렌즈는 매일 들고 다니기에는 크기와 무게가 부담이 되지만, 한 번 들고 나가면 실망하지는 않는다. 개방 조리갯값 2.8을 유지하면서도 줌 배율이 높고(대개 f/2.8 고정 줌렌즈는 3배 이하다), 초점 맞추는 것이 빠르다. 이게 40-150 pro 렌즈를 사고서 처음으로 찍은 새 사진. 물론 문자 그대로의 ‘첫 컷’은 아니고, 골라서 볼 만한 정도의 사진 중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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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불광천 벚꽃길
언제까지 ‘물리적 거리 두기’를 계속해야 할지, 아무 기약도 없이 날짜만 넘어간다. 한국이 비교적 일찍 (상대적으로)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이지,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흉흉한 말이 나온다. ‘잠시 멈춤’은 2주에 연기(최종), 연기(최최종)를 거쳐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벚꽃은 일찍도 피어서, 이제 막 4월에 들어섰을 뿐인데도 벌써 만개했다. 아무래도 목련과 벚꽃이 같이 피고 같이 질 모양이다. 처돌이는 처돌지 않았지만 기후는 확실히 처돌아버렸다고 하네요. 전국의 ‘벚꽃 명소’들은 사람의 왕래를 차단하는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물론 코로나19(COVID-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 당시 여의서로, 그러니까 흔히 ‘윤중로 벚꽃길’이라고 부르는 곳을 다녀간 사람이 532만 명이었고,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도 500만여 명이 몰렸다(기사). 군항제가 열린 경남 창원 진해에도 400만여 명이 방문했다(기사). 이 ‘대목’을 포기하고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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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그 사이 적당한 거리란 @불광천 벚꽃길
모처럼 ‘생존요리’ 말고 요리다운 요리를 해보려고 요리법을 찾아 따라 하다 보면 틀림없이 만나는 관문이 있다. ‘적당’의 관문이다. 소금을 적당량 넣으시오. 적당히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재료를 적당히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으시오. 재료가 적당히 숨이 죽으면 물을 적당량 붓고 적당히 걸쭉해질 때까지 가열하시오. 정도에 알맞고, 엇비슷하게 요령이 있어야 한다. ‘알맞은 정도’가 무엇인지, 그 ‘요령’이란 게 뭔지는 그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익스큐-즈가 된” 것일 터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라는 건, 어느 정도일까. 코로나19(COVID-19) 방역의 관점에서는 대략 2m 정도로 정리되는 것 같다. 주로 재채기나 말을 할 때 나오는 침방울로 전파되는 이 바이러스의 특성상,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 침이 튈 수 있는 범위 바깥에서 대화하는 게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있을 수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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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길고양이 사진을 입력]
몇 년 전, 아파트 단지에 삼색 고양이가 있었다. 주차된 자동차 아래에서 식빵 굽는 자세를 하고서 앉아 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애옹애옹 울곤 했다. 그럼 또 나 같은 사람이 헐레벌떡 고양이 음식을 갖다 바쳤다. 주로 습식 파우치나 캔 같은 것이었고, 간혹 템테이션 같은 간식을 줄 때도 있었다. 간식은 잘도 먹으면서, 사람과의 거리는 또 칼같이 지켰다. 사회적 거리 두기였을까? 간식을 주면 와서 먹는 게 아니라 멀찌감치 떨어진 채로 앞발을 길게 내밀어 쓱 끌고 가서 먹었다. 조금만 가까이 갈라치면 하악질을 하거나 뒷걸음질을 쳤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건 정말 중요한 생존 전략이었던 것 같다. 혹여 누가 해코지라도 하면 어떡해. 정기적으로 사료와 물을 챙겨주는 주민도 있었다. 그러나 삼색이와의 만남은 그 겨울을 넘기지 못했는데,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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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은 온다.
요즘처럼 ‘개인 공간’이 넉넉하게 존중받는 때가 전에도 있었나 모르겠다. 다른 사람과 2m씩 거리를 두고, 집단 행사는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회식도 하지 말고, 재택근무를 하거나 시차를 두고 출근하고, 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마냥 생경하다. 여기가 그렇게도 집단과 단결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이 맞습니까, 묻고 싶을 지경이다. 약간 ‘호들갑’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코로나19(COVID-19)가 전파력이 강하다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원래 그동안의 문화와 습관이 감염병에 취약한 것이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마 이 감염병 유행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술잔들을 돌리고 단체행사를 열고 으쌰으쌰 ‘인화단결’을 외치고 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괜히 자리에 있는 손 소독제를 한 번 짜서 손에 바른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마스크를 쓰는 것보다 손을 잘 씻는 것이 훨씬 중요하단다. 그리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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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마감이 있다면. @경희궁
지금도 물론 게으르기 짝이 없지만, 어릴 적엔, 그러니까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정말로 게으름의 극치를 달렸었다. 숙제가 있다? 일단 안 하고 버틴다. 그러다 마감일이 돌아오고, 막판에 몰아서 하다가 결국 다 못하고, 회초리를 몇 대 맞는다(참고: 체벌은 폭력입니다). 영어 학습지를 할 때도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 오시기 두어 시간 전부터 교재에 급하게 아무말이나 적어 넣다가 혼난 적도 있었다. 언제부턴가 ‘과제를 할부로 하는 사람’이 되면서 벼락치기와는 조금 거리를 두게 됐지만, 이번엔 불안과 함께 살아가야 할 처지가 됐다. 만약 18일에 제출해야 한다면, 난 8일부터 불안하기 시작할 거야. 성미가 급한데 집중력은 없고, 불안하니까 뭔가 하기는 해야 되겠는데 단숨에 끝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 금방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고, 그래서 잠깐 하다 말고, 이런 걸 열흘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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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것, 반복되지 않는 것. @하늘공원.
해가 뜨는 것은 보기 어렵다.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다만 요즘은 밤잠을 자주 설쳐서 눈을 뜨는 것 자체는 어렵지는 않다), 일출 시점의 날씨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그런가, 1만일 넘게 살았고 1만 번이 넘는 일출이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일출 광경을 본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해가 지는 것을 보는 것은 그보다는 쉽다. 낮 동안에 보는 게 있으니 날씨가 어떨지도 대충 가늠이 되고. 물론 해 질 녘에 사무실에 앉아 있느라 못 보는 경우가 있겠지만, 평일에 지는 해는 주말에도 진다. 날씨만 좋으면야 오후 늦게 싸드락싸드락 산책 나가서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된다. 해가 지평선 위로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금만 뛰면 정수리를 꿍, 하고 찧을 것 같은(주: 장기하와 얼굴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