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저어한 마음에 @인천 정서진

그저 저어한 마음에 @인천 정서진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연휴에 붙여 휴가를 하루 쓰게 됐다. 늘 그랬듯이, 무슨 계획이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2주 동안의 주 4일제 베타테스트로 주간 노동시간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그런데도 해소되지 않은 거대하고 무거운 피로 때문에, 그저 하루쯤 더 쉬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10월 12일이었다. 센서에 먼지가 붙어서 조리개 조여 사진 찍을 때마다 신경이 쓰이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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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간이역에 가야 한다 @서울 경춘선 숲길&화랑대역

비 오는 날이면 간이역에 가야 한다 @서울 경춘선 숲길&화랑대역

어떤 노랫말은 사료로서 가치가 있다. 자주 들르던 동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매장 내 배경음악으로 늘 동요가 흘러나왔다. 그중에서 ‘숫자송’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일! 일 초라도 안 보이면 이! 이렇게 초조한데 (중략) 오! 오늘은 말할 거야 육십억 지구에서 널 만난 건… (이하 생략) 전 세계 인구가 60억 명을 돌파한 것이 1999년의 일이고, 이 노래가 나온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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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보며 내려다보임을 준비하다 @고양 행주산성

내려다보며 내려다보임을 준비하다 @고양 행주산성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었나? 대개 이런 말을 “그러니까 노력하자!”라는 문장을 뒤에 숨긴 채 하던데, 사실 이 ‘높이 난다’는 것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타고나는 것에 가깝다. 수천km씩 이동해야 하는 철새와 그렇게까지 이동할 필요는 없는 텃새의 비행능력이 같을 수 없고, 기류만 타고서도 높이 또 멀리 날 수 있는 큰 새와 날갯짓을 쉴 수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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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새해는 이제 시작이다 @서울 응봉산

2월 중순, 새해는 이제 시작이다 @서울 응봉산

신년호, 그러니까 1월 1일 자 신문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게 새해 지지에 해당하는 동물과 그 동물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올해는 신축년이고 ‘축’에 해당하는 동물은 소니까 자연 소에 관한 기사가 비중있게 다뤄졌다. 소라는 동물이 어떤 동물인가 설명하는 기사부터 해서 특별한 소 이야기, 소와 관련된 지명, 소띠 운세, 소띠 사람들의 새해 각오, 뭐 이런 것들. 천간지지는 음력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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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너를 봤다, 까치야 @서울 일원

몰랐던 너를 봤다, 까치야 @서울 일원

대학생 때, 과제를 할부로 하는 습관이 있었다. 제출해야 하는 날까지 하루에 해야 할 양을 계산해서 매일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다. 영어 원서를 읽고 번역해야 한다면 하루에 몇 페이지씩, 무슨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면 하루에 슬라이드 몇 개, 디자인과 스크립트 넣는 시간은 별도, 뭐 이런 식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시절, 나를 천천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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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아마도. @서울 선유도

변화는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아마도. @서울 선유도

‘심판의 날’이 곧 찾아온다면, 그 전조는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서울 선유도에 들렀다. 대체 한강 물이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평소엔 고여있는 것처럼 보이던 것이, 이날은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강폭은 한참 넓어졌다. 둔치를 전부 집어삼킨 탓이다. 한강공원의 나무들은 머리만 물 위로 겨우 내놓고 있었다. 중부권에서 빗발이 약해져 물이 조금 빠졌다는 상태가 이 정도였다. 한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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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완료. 연못 한가득, 올해의 연꽃 향기 @전주 덕진공원

숙제 완료. 연못 한가득, 올해의 연꽃 향기 @전주 덕진공원

등줄기로 굵은 땀방울이 도로록 굴러 떨어진다. 짙은 구름이 해를 가려서 뜨겁지는 않지만, 이런 날이 더 더울 수도 있다. 직화로 구워지느냐, 수비드로 천천히 익느냐, 그 차이일 뿐이다. 6월 말에 피기 시작하는 연꽃은, 이런 날을 감당할 수 있어야만 볼 수 있다. 그 정도 수고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연이 뭐 사람에게 보여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전주 덕진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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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천 애기오리 관찰기 네 번째. /w 올림푸스 40-150 pro

불광천 애기오리 관찰기 네 번째. /w 올림푸스 40-150 pro

서른이 넘어도 ‘새끼’, 환갑이 다 돼도 ‘아가’로 불리는 경우가 있다. 독립 여부와는 관계가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냥 자식이면 언제나 ‘새끼’고 ‘아가’인 모부가 있는 것이다. 반려묘는 성묘가 되고 묘르신이 되어도 언제나 ‘와기고영’이다. 내가 키운 모든 것이 ‘내 새끼’고, 시간이 흘러도 그것은 잘 바뀌지 않는다. 물론 마음이 변하는 경우도 있고 애초에 그다지 애정이 없는 경우도 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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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밟고 돌아가자: 제주도 걷기 (2)

돌을 밟고 돌아가자: 제주도 걷기 (2)

[1편에 이어] 육당 최남선(일본 제국주의 부역자)은 유명한 시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에서 이렇게 썼다.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따린다, 부슨다, 문허 바린다. 태산 갓흔 놉흔 뫼, 딥턔 갓흔 바위ㅅ 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디 하면서, 따린다, 부슨다, 문허 바린다.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어쩐지 “철썩”보다는 “텨얼썩”이라고 쓰고 읽는 쪽이 파도소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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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도 털갈이를 한다. @인천 정서진

인간의 마음도 털갈이를 한다. @인천 정서진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 문화는 언제 생긴 걸까? 뉴스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사는 1990년 매일경제신문 보도인데, 문맥으로 보면 이미 이 시점에도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 잡은 상태였던 것 같다. 새우깡이 1971년에 세상에 나왔으니까 그 이후이긴 할 것 같은데, ‘사람도 굶는 마당에 갈매기한테 귀한 과자를 준다’는 식으로 일침을 놓는 기사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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